화상회의 ‘줌’ 앱.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시장가치가 급등했던 기업들이 엔데믹을 맞으면서 대폭 가라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승자’ 50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3년 새 2000조원 이상 증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과 블룸버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총 100억달러(약 13조6800억원) 이상 기업 중 2020년 가장 큰 주가 상승률을 보인 50곳의 시총이 2020년 말 이후 약 1조5000억달러(약 2051조원) 감소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2020년에 비해 시총이 3분의 1 이상 증발한 것이다.
이들 50개 기업 중 대부분은 기술 기업이 차지했다.
2020년 봉쇄로 인한 원격 근무 확대로 주가가 765% 급등했던 화상회의 기업 줌(Zoom)은 그 해 말부터 주가가 80% 하락했다. 시총으로 치면 770억달러(약 105조원)가 사라졌다.
클라우드 기반 통신 회사 링센트럴도 원격 근무 수혜로 2020년 주가가 134% 뛰었으나 이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 대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서 92% 하락했다.
실내 자전거 제조업체인 펠로톤은 2020년 말 이후 주가가 97% 이상 떨어져 시총 430억달러(약 59조원)를 잃었다. 펠로톤은 지난주 배리 맥카시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직원의 15%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손실은 봉쇄 기간 급격히 부상한 화상회의, 온라인 쇼핑 같은 트렌드가 예상보다 지속성이 낮은 것으로 입증되면서 발생했다. 많은 근로자들은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고금리와 고물가에 전자상거래 수요는 타격을 입었다.
스티븐 블리츠 TS롬버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기업들은 아마도 팬데믹 충격이 영구적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제 그들은 고통스러운 반대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2020년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기업이었다. 한 해 동안 787% 급등해 시총이 6690억달러(약 915조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12% 감소한 5890억달러(약 805조원)로 다시 내려왔다.
싱가포르 인터넷 회사 시(Sea)는 게임, 전자상거래, 디지털 결제 등 핵심 사업 부문이 펜데믹 특수를 누리며 시총이 190억달러(약 26조원)에서 1020억달러(약 139조원)로 점프해 상승률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속에 시총의 63%를 반납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 징둥닷컴(JD.com), 츄이도 각각 시총이 28%, 64%, 81%씩 쪼그라들었다.이밖에 백신 제조 기업 모더나, 화이자를 비롯해 약명생물, 자비바이오, 알리바바건강정보기술 등 바이오 기업도 주가가 추락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카카오, 삼성SDI, LG화학이 팬데믹 기간 주가가 급등한 기업에 포함됐다. 카카오는 178% 뛰었으나 이후 22% 떨어졌고, 삼성SDI는 177% 상승 후 49% 하락, LG화학은 176% 상승 후 61% 하락을 기록했다.
팬데믹 승자 기업 50개사 가운데 시총이 증가한 곳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 사이버 보안 그룹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소프트웨어 회사 더트레이드데스크앤드데이터독, T-모바일,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 중남미 온라인 쇼핑몰 메르카도리브레 등 7개뿐이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경우 50위권에는 못 들었지만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엔비디아의 경우 2020년 말 이후 시총이 1조9000억달러(약 2598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