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에서 한 시민이 닛케이225 지수 전광판을 보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일본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하락하면서 일본 기술기업이 미국 IT기업의 ‘소작인’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의 엔저 영향으로 미국 IT 기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술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해 디지털 국제수지 적자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를 인용해 “일본 IT 기업 점유율이 정작 일본에서 30% 정도에 지나지 않고 최근의 엔저로 자본이 해외 IT 기업들로 빠져나가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IT기반이 강한 미국 기업 그늘 아래서 일본 기업은 ‘소작인’이 될 것”이라며 IT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나자키 후미히코 디지털아트 IR실장은 3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달러당 150엔대는 예상 밖”이라며 “3월엔 엔화 약세로 서버 등의 비용이 증가해 이익이 감소했는데 어떻게든 개선되길 바란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이 회사는 보안 서비스 관리 등에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 자체는 확대돼 매출액은 10% 증가했지만, 엔저 등으로 비용이 증가해 영업 이익은 거의 지난해 수준과 비슷했다. 매출 원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서버 등 비용은 전기대비 약 1억4000만엔(약 12억2800만원) 증가한 13억엔(약 114억685만원)이었다.
일본의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관련 국제수지 적자는 지난해 5조5000억엔(약 48조2000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디지털 적자액은 2022년 대비 16% 증가해 5년 새에 2배로 커졌다.
일본의 디지털화는 세계 꼴찌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3년판 ‘디지털정부지수’에서 일본은 조사대상 33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2020년 5위에서 수직 하강했다.
기술로도 공급력으로도 미국 IT 기업에 밀리는 일본 기업이 AI를 이용하거나 업무의 디지털화를 진행할수록 해외에 지불하는 돈이 더 증가하는 구조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에 의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기반 정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대형 통신업체 KDDI 등 5개사가 기반 정비를 할 수 있도록 725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