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9일 열린 취임 2년 기자회견에 웃으며 입장한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기자들 손에 노트북은 없었고 휴대전화와 간단한 메모지를 들고 윤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 등 다소 민감한 질문에 간혹 머뭇거리긴 했지만 예상했다는 듯 거침없이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지난 2년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책 추진상황에 대한 국민보고와 3년의 국정운영 계획을 밝힌 직후 10시 25분부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실 내외신 출입기자 150여명이 빼곡하게 들어선 브리핑룸에 윤 대통령은 밝게 웃으면서 입장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물론 정무와 민정, 경제, 사회, 과학기술, 홍보수석과 안보실 1,2,3차장 등 주요 참모진이 배석했다.
정장차림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연단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자주 만나니까 좋죠”라며 “오랜만에 하는 것이니 오늘은 질문 많이 받도록 하겠다”고 간단히 말한 뒤 질문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마친 뒤 잠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 |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머뭇거리며 답변을 시작했고 다른 질문 때보다 좀 더 두리번거리며 답했다.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답변이 좀 길어질 수밖에 없게 질문한다”며 헛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이내 굳은 표정으로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것”이라며 특검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어 “수사결과를 보고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특검을 먼저 요청하겠다”며 “수사 결과를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될수록, 질문이 깊어질수록 윤 대통령의 손짓도 많아졌고 좌우를 쳐다보는 빈도수도 높아졌다.
김수경 대변인은 정치와 외교안보, 경제, 사회 순으로 질문을 나눠 받겠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정치분야에 집중됐다.
김 대변인은 30분간 이어진 정치분야 질문을 끊고 외신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부여했다.
외신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는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타임지 인터뷰를 언급하며 차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물었다.
질문이 순차통역되는 동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듣던 윤 대통령은 “제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했다”며 처음으로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기자회견이 중반을 넘어서고 정치와 외교안보분야 질문에 이어 경제분야 질문으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그제야 다시 여유를 찾은 듯 웃어보였다.
임기 내에 연금개혁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도 강력하게 표명했고 물가를 잡는 데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결의도 밝혔다.
또 “저출생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거의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기획원을 세워 경제성장을 이끌었듯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회견 시간이 예정했던 60분을 넘기자 김 대변인은 질의응답을 정리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은 “한 두 분만 질문을 더 받자”며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73분간 이어진 질문과 답변을 마치고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여러분들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 더 자주 만들어서 여러분들 더 자주 뵙겠다”고 말한 뒤 참석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