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이 지난 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기대의원 총회에 참석해 당선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정부가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시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의료 행위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후진국 의사 수입’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임 회장이 아프리카의 특정 국가 이름과 의대생들의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며 조롱하자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기는 어디다가 두고 후진국 의사 수입해오나요?”라며 복지부를 비판했다. 이어 9일에는 페이스북에 소말리아 의대생들의 사진기사와 함께 “커밍 순(Coming soon)”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기사에는 2008년 소말리아 베나디르대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사진과 함께 이들이 20년만에 처음으로 소말리아에서 배출된 의사들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게시물. [임 회장 페이스북] |
이 같은 임 회장의 게시물은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 의사 진료 허용’ 방안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는 8일 지금처럼 보건의료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일 때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까지 동원해 비상 진료를 유지하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특정 국가 이름을 거론하고 의대생들의 사진을 올리며 ‘후진국 의사’라고 조롱하는 임 회장에 대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해당 SNS 게시글에는 임 회장을 지지하는 댓글과 함께 “특정 국가에 대한 비하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훌륭한 소말리아 의사를 왜 비하하느냐", "소말리아 의사들이 한국 의사들 보다 진료를 못하냐. 오히려 인성이 몇수 위 아닌가"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한편, 임 회장이 ‘후진국 의사’라며 조롱한 소말리아 베나디르대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과도 정부와 이슬람 반군 간 내전으로 얼룩진 소말리아에서 역경을 딛고 의사가 돼 2008년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의대생들은 박격포 공격과 총격전이 오가는 도시에서 목숨을 걸고 등교했다. 동기들 중 2명은 등교길에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