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대형마트들이 주문 후 1~2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접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 차원이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마트와 롯데온은 이달 1일부터 퀵커머스 서비스인 ‘바로배송’을 제공하지 않기로했다. 바로배송은 롯데온의 롯데마트몰에서 제품을 사면 2시간 내에 상품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주문된 상품은 롯데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출고 된다.
롯데마트는 당초 퀵커머스 운영 점포 50개가 목표였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바로배송 운영 점포를 30여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올해 초 15개까지 줄인 뒤 사업을 철수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자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배송 수요가 줄어 들며 퀵커머스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롯데온과 롯데마트는 이번 퀵커머스 사업 철수로 물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퀵커머스 관련 인력과 인프라는 ‘당일배송’ 서비스 사업에 추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배송은 주문 당일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지만 퀵커머스처럼 1~2시간 내 배송은 보장하지 않는다.
롯데온 관계자는 “코로나 유행이 끝나고 식품 등에 대한 빠른배송 수요가 줄어들고 퇴근 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당일배송 수요가 늘었다”며 “경영 효율화를 통해 서비스 효과를 키우기 위해 퀵커머스 대신 당일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경영 효율화는 최근 롯데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 방향이기도 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진한 사업 매각을 언급하는 등 수익성 개선과 경영효율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2개 점포 중 매출이 가장 부진했던 롯데백화점 마산점을 영업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체질 개선을 위해 수익이 부진한 소형 점포를 정리 중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마트도 수익성 등을 고려해 퀵커머스 사업에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2022년 4월부터 논현, 반포 등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선보였던 퀵커머스 서비스 ‘쓱고우’ 시범 서비스를 지난해 말 종료했다. 쓱고우는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활용해 소비자가 상품을 1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수익성 개선을 강조하면서 이마트 역서 체질 개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이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계열사가 없는 홈플러스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퀵커머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는 고객이 밤 10시 이전에 3만원 이상 주문 시 1시간 내외로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즉시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달 4월까지 최근 1년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즉시배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올랐다. 현재 홈플러스는 전국 310여개 점포 중 240여개 점포에서 즉시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상황이 달라 퀵커머스 서비스 수익성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퀵커머스 사업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정리하고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