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해야”…유럽은 금리인하 착수

지난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 남성이 유럽연합의 국기를 들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 밖을 걷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높은 인플레이션에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미국과 달리 유럽은 금리 인하에 속속 나서고 있다. 스위스, 체코, 헝가리에 이어 8일(현지시간) 스웨덴은 8년 만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은 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동결 7 대 인하 2’로 6차례 연속 연 5.25%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영란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2020년 당시 물가가 급증한 뒤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펴왔다. 2021년 말 연 0.1%였던 기준금리를 14회 연속 올렸고 지난해 8월부터 연 5.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여름 금리 인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외신들의 평가가 나왔다. 금리 인하에 투표한 위원이 직전 회의보다 1명 늘어난 데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물가 하락세를 낙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베일리 총재는 “물가 상승률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이 있었고 물가 상승률이 향후 두 달 내로 우리의 목표치인 2% 부근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금리 인하에 착수했다. 지난 3월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올해와 내년도 인플레이션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를 1.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헝가리 역시 기준금리를 8.25%로 내렸다.

이번 달 2일 체코 중앙은행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금리를 5.25%로 내렸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도 8일 기준금리를 연 3.7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8년 만에 금리 인하에 돌입했다.

지난 수년간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에 나섰던 유럽 각국은 물가가 진정되는 조짐이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SNB는 성명에서 “지난 2년 반의 인플레이션 싸움은 효과적이었다”고 밝히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 역시 2026년까지 1.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을 낮췄다.

스웨덴의 경우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ECB보다 한발 먼저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웨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3월 4.1%로 하락했고,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1%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국 통화가치 평가 절하라는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경기 부양을 택하는 것”이라며 “유럽이 미국과 다른 길을 가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CB는 6월 첫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때까지 유럽이 금리를 동결하면 경착륙이 올 수 있다고 보고 피벗(정책전환)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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