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쏠쏠”…신흥국 정크본드, 국채 시장서 최고 수익률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신흥국들이 발행한 정크본드(junk bond, 고위험·고수익 채권)가 올해 국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 등 외화로 표시되는 투자 등급 BBB 이하의 신흥국 국채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투자자들에게 4.9%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미국 국채 지수가 3.3%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석유 수출국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구리 생산국인 잠비아 등 최빈국들의 국채 수익률을 상승시켰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출 기관의 지원은 스리랑카, 잠비아 같이 부채 위기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처한 국가들에 도움이 됐다.

데이비드 하우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신흥시장 채권 전략 부문장은 “신흥 시장은 어느 누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미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보다 더 위험한 신흥국 국채를 보유하려 하는 수요가 있다면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 국채의 신용 요소가 분명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국가에서 국내 개혁과 구조조정 협상이 진전되면서 신흥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아르헨티나 국채는 급진적인 긴축 정책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올해 들어 현재까지 3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최고 성적을 올리고 있다.

스리랑카, 가나, 잠비아는 구조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해 두 자릿수의 국채 수익률을 기록했다.

폴 그리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신흥시장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덜 취약해지고 있다”며 “상당 부분은 국내 정책 개혁과 변화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최근 몇 달 간 IMF와 다른 대출 기관들이 실시한 상당한 지원이 올해 더 많은 국채의 디폴트 가능성을 줄였다고 보고 있다.

IMF는 이집트에 대한 구제금융 대출 규모를 80억달러(약 11조원)로 늘렸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이집트에 350억달러(약 48조원)를 투자했다. 또한 IMF는 지난달 파키스탄에 대한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의 구제금융 중 마지막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대출 집행을 승인했다.

케빈 달리 에버딘 투자 부문장은 “이집트, 파키스탄, 케냐는 2024년에 3대 만기 도래국이었지만 더이상 디폴트 위험이 높은 곳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어 매니저는 “코트디부아르, 케냐, 베냉, 엘살바도르가 올해 국제 시장을 공략하는 등 일부 개발도상국 국채에 대한 접근성도 개선됐다”며 “이는 4개월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하이일드(High yield·투기 등급) 신흥국 국채의 수익률 호조로 JP모건의 외화 신흥국(EM) 국채 지수는 연초 이후 1.4% 상승했다. 이는 하이그레이드(High grade·투자 등급) 글로벌 채권 지수가 3% 하락한 것과 상반된다.

FT는 “올해 신흥국 전체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IMF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국채는 강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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