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미첨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장애를 숨기는 건 내가 지금껏 해왔던 일 가운데 가장 지치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영국의 모델 겸 배우 조지아 미첨(30)이 12년간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숨겨왔었다고 고백했다. 어릴 적부터 보청기를 끼고 다녔다는 그는 대학생 때부터 장애를 숨기기 시작했고, 모델 업계에 있을 때부터는 보청기를 쓰지 않고 독순술을 익혔다고 털어놨다.
“내 비밀을 숨기는 건 스스로를 땅 속에 가두는 일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힌 그는 앞으로는 보청기를 다시 착용하는 한편, 수어 수업도 들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첨은 8일 영국 SWNS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첨은 생후 17개월부터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했었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정확한 진단명은 밝히지 않았다. 미첨은 “자라면서는 매일 반짝이는 분홍색 보청기를 끼고 학교에 다녔다”며 “그때는 장애를 숨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학생일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로 인해 괴롭힘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런 미첨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장애를 숨겼다고 한다.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리고, 장애와 관련한 대화 주제는 피하는 식이었다. 미첨은 “내 청각 장애를 언급한다는 게 싫었다”며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랐다”고 했다.
미첨은 모델 업계에 합류한 18세부터는 아예 보청기 사용도 중단했다. 그는 “모델 일이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나는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청기를 숨기는 게 더 성공적인 모델이 (되는 데 도움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촬영할 때 재빨리 보청기를 빼내 가방에 숨겼고, 무슨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늘 짐작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 미첨 인스타그램 캡처] |
미첨은 영화감독과 사진작가 등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독순술을 익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촬영)내내 다른 사람의 입술을 읽는 건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는 일”이라며 “내 비밀을 숨기는 건 스스로를 땅 속에 가두는 일과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미첨은 모델 겸 배우 활동을 12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 시점에 이러한 고백을 한 데 대해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키 큰 금발 모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장애가 특정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미첨은 이달부터 수어 수업을 들을 계획이다. 아울러 모델업계의 청각장애인으로 목소리도 높을 생각이다. 그는 “보청기를 착용한 모델로 제 자신을 다시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장애를 포용하는 사람으로서 이 새로운 장을 시작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각국의 누리꾼들은 “용기를 응원한다”, “당당한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첨은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분노의 질주 : 홉스 & 쇼’, ‘원더우먼 1984′, 넷플릭스 시리즈 ‘그리셀다’ 등에 출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