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처럼…” ‘AI 혁명’ 노리는 손정의, 10조엔 투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글로벌 기업 간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인공지능 분야에 최대 10조엔(약 88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손 회장은 AI 전용 반도체 개발 분야에서 미국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설계 팹리스 회사를 구상 중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 봄 시제품을 제작해 같은 해 가을 양산 체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가 90%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새 조직을 만드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Arm은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회로 설계도를 이미 엔비디아 등에 제공하고 있는 회사다.

AI 전용 반도체 개발은 Arm의 자금과 소프트뱅크그룹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양산체제가 확립된 뒤에는 해당 사업 부문을 Arm에서 분리해 그룹 산하에 두는 방안도 검토한다.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진출을 검도하는 까닭은 시장 확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조사회사 프레시던스 리서치의 추계에서는 올해 300억 달러인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2029년에 1000억 달러를 넘어, 2032년에는 2000억 달러에 이른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는 해당 분야 점유율 1위는 엔비디아이지만, 늘어나느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 확대의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AI 전용 반도체의 제조는 대만 TSMC 등에 맡길 계획이다.

손 회장의 구상은 단순히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 머무르지 않는 것으로 전해였다. 2026년 이후 자체 개발한 반도체에 기반한 데이터센터를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 세우는 방안 등도 포함하고 있다. 중동 각국의 정부계 펀드 등 외부 투자자로부터도 출자를 모집해 합계로 10조엔 규모의 투자금을 모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신문은 소프트뱅크그룹이 1990년대에는 인터넷 기반 사업을 전개하다가 2000년대 후반에는 모바일 사업에 힘을 쏟았고 2017년 비전펀드 운용 개시 이후에는 투자사업에 주력하는 등 기술 변화에 맞춰 주력 사업을 전환해왔으며 앞으로는 AI라고 소개했다.

다만 닛케이는 “AI 반도체의 개발이나 데이터 센터의 운영을 향해 앞으로 인재나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어, 거액 투자의 리스크는 적지 않다”며 “몇 번이나 대담한 ‘내기’에 뛰어 나와 지금의 업적을 쌓아 올린 손씨이지만 이번 구상 실현도 난이도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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