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의사 수입? 국민 무시하나” 복지부 입법예고에 ‘무더기’ 반대표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외국 의사를 도입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에 ‘무더기’ 반대표가 쏠렸다.

12일 보건복지부·국민권익위원회·국민참여입법센터 등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입법예고 공지에는 1079건의 의견이 달렸다. 이 가운데 반대 의견(992건)이 92%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기타는 77건이었고, 찬성 의견은 9건뿐이었다.

지난해 이후 전날까지 복지부의 입법·행정예고 340여건 가운데 찬반 의견이 1천개 이상 달린 사례는 이번 외국 의사 도입을 포함해 단 4건 뿐이다.

이번 외국 의사 도입 입법예고에 달린 반대 댓글을 보면 ‘실수를 덮기 위해 무리수를 계속하는 느낌’, ‘실효성이 없다’, ‘이걸 찬성할 거라 생각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 긴급상황이더라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수입한다는 건 아니다’ 등의 내용으로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또 ‘환자와 의료인, 의료인과 의료인 간에도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어 장벽을 우려하는 글도 있었다.

‘기타’로 분류된 의견 중에서도 ‘세계 최고 한국 의료를 파탄 내는 정책 반대한다’는 등 반대 의견을 담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

소수의 찬성 의견 중에는 ‘의사들의 파업으로 인한 공백기에 임시 허용하는 것’, ‘강력 찬성한다. 시험에 불합격한 의사를 수입할 거라는 건 가짜뉴스 선동질’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에는 이미 양질의 한의사가 있다. 한의사가 일반병원에서도 수련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면 의사 수 부족도 함께 해결된다’고 한의사 인력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 댓글도 있었다.

같은 시각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도 공개된 의견 16건 중 14건이 외국 의사 도입에 반대의 뜻을 담았다.

반대 이유로는 ‘의료 질 저하’,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모호’, ‘의료정보 유출 위험’ 등을 들었다.

이런 우려와 달리 정부는 실력을 충분히 검증한 뒤 제한된 조건 아래서만 외국 의사를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외국 의사는 제한된 기간 안에,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에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오는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은 보건의료 위기 경보가 최상위인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에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료인이라고 표현했지만,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므로 사실상 의사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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