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데 치킨” 미국도 고물가 부담…소·돼지 대신 닭 뜬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미국 소비자들도 가파르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 수요가 늘어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미국 내 닭고기 제품의 52주간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매판매는 소폭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물가 지속으로 식료품 지출비가 미국 가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오른 가운데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찾기 시작하는 영향을 받았다.

미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의 도니 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최근 소비자들은 이전과 비교해 더욱 신중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매우 강한데, 일부는 소고기 수요에서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닭고기 수요 증가는 패스트푸드 체인이나 식당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닭고기 가공업체 필그림스 프라이드의 최근 분기 패스트푸드 체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필그림스 프라이드의 주가는 지난 10일 기준 1년 새 64% 올랐다.

치킨윙 메뉴로 유명한 패스트푸드 체인 ‘윙스톱’도 1분기 들어 동일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6% 급증했다. 윙스톱 주가(10일 기준)는 1년 새 88%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에 따르면 미 치킨전문 패스트푸드체인 ‘칙필레이’(Chick-fil-A) 역시 지난해 매장당 평균매출이 7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윙스톱의 마이클 스킵워스 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매출 증가세가) 아직 천장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닭고기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사료 가격 하락으로 닭고기 공급업체들의 수익성은 더욱 개선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닭 사료의 주된 원료인 옥수수 가격은 1년 새 20% 이상 하락했고, 대두 역시 1년 전 대비 15%가량 하락한 상태다.

다만, 닭고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닭고기 가격마저 오를 가능성이 높다. WSJ은 팩트셋 자료를 인용, 닭가슴살 가격이 1년 전보다 이미 30% 넘게 올랐고, 닭 날개 가격은 같은 기간 2배 이상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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