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도, 안 팔 수도” 네이버, 라인 지분협상 어떻게?

“일본에 유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본 정부의 ‘탈(脫) 네이버’ 압박으로, 라인 지분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네이버가 키운 라인을 일본이 빼앗는 것도 모자라, ‘가격 후려치기’로 헐 값까지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우리 정부까지 전면에 등장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우리 기업의 부당 대우가 발생할 경우 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해, 기울어져 있는 네이버의 협상력에 힘을 싣는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협상 테이블 앉은 네이버…정부의 ‘힘 싣기’= 13일 ICT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라인 지분 매각 협상이, 매각 가격에 대한 입장차로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64% 지분을 가진 A홀딩스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지자, 네이버는 지분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그동안 한 발 물러나 있던 우리 정부가 최근 전면에 나선 것은, 협상이 네이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과기부는 지난 10일 처음으로 일본 정부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기업 간의 협상으로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가 “네이버의 의사 결정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여러 차례 “정부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네이버는 협상이 불리하게 진행될 경우,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방침이었다. 그동안 한발 물러나 있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밀려있는 네이버의 협상력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려는 것 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 값 잘 받는 것이 최선” 정부 한 목소리 지원 필요= 일본의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네이버가 라인의 공동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라인 지분 가치를 충분히 보장 받아 ‘잘 파는’ 것이 현재로썬 최선의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에선 네이버가 가진 라인의 지분 가치는 약 8조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압박에 의한 강제 지분 매각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할 때 최소 10조원 이상의 매각가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정부의 지원 역시 ‘매각 불가’가 아닌 ‘유리하게 매각’하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까지 열어 놓고 전략에 고심하고 있는 만큼, 매각에 제동을 거는 정부의 방침은 오히려 현재 협상에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는 이상 네이버가 다시 예전처럼 일본에서 라인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봐야한다”며 “지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협상에서 네이버가 높은 가격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일각에서 제기된 정부의 ‘(네이버 라인 지분) 매각 불가’ 발언은 오히려 이 문제를 외교 문제로 키우는 꼴”이라며 “협상에서 네이버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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