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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4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SK하이닉스 역시도 지난달 역대 최고 외국인 지분율 기록을 경신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K-반도체 대표주를 쓸어 담으면서다.
‘큰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양대 반도체주 주가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을 방어 중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레거시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가격 반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본격화 등 호재가 ‘투톱’ 반도체주의 본격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이자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6.02%로 지난 2020년 12월 17일(56.03%)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56.0%를 기록한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41개월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 9일을 거쳐 지난 10일까지도 56.01%를 기록하며 3거래일 연속 56%대를 기록 중이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장 종료 시점 기준 54.0%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해 이어진 외국인 투자자의 강력한 순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3월 27일(55.07%) 55% 선을 넘어선 바 있어. 이후 불과 27거래일 만인 지난 8일 56% 선까지 넘어서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모양새다.
주목할 지점은 삼성전자에 이어 K-반도체주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기준 54.32%를 기록한 SK하이닉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15일엔 54.92%까지 치솟은 바 있다.
외국인 투자자은 올해 들어서만 삼성전자에 대해 8조3069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1조26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 전체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액이 20조7597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대한 순매수액(9조5698억원)이 코스피 전체 순매수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6.1%로 절반에 육박한다.
다만, 두 반도체 대표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초강력 순매수세가 주가에 미친 영향은 다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0.89%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27.14%나 올라섰기 때문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주 상승세의 주 원동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였던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주도권을 선점한 것으로 평가된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삼성전자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던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역시 HBM 공급이 예정된 만큼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K-반도체 ‘투톱’ 종목에 대한 강력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지난해 ‘바닥’을 찍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슈퍼 사이클’을 맞이할 것이란 중장기적인 기대감 덕분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평균 4~5년을 주기로 2년 연속 이어지는 반도체 호황기를 의미하는 말로, 최근 들어선 호황기 지속 기간이 과거에 비해 짧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강점을 지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찍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 들어선 확연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확실한 호재로 꼽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고정 가격은 13~18%, 낸드플래시 고정 가격은 15~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내놓았던 전망치(D램 3~8%, 낸드플래시 13~18%)보다 가격 상승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각각 45.5%, 31.8%에 이른다.
AI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란 전망 역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AI 반도체에 핵심적인 HBM에 대한 강력한 수요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 점치는 주요 근거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HBM3E(5세대) 12단 등 차세대 HBM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올해 HBM 수요 성장률을 200%, 내년에는 400%로 예상했다. 이에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증가하고, 내년에는 1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규모로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내 HBM3E 12단을 양산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HBM3E 8단도 양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도 이달 고객사에 HBM3E 12단 샘플을 제공하고, 3분기부터 양산에 착수한다. 또 내년에 양산 예정인 6세대 HBM4에는 핵심 패키징 기술인 ‘MR-MUF’를 적용한다.
두 종목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가)는 각각 10만3800원, 22만2800원에 이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 3일 삼성전자에 대해 “더 강력하고 길어진 메모리 업사이클과 매력적인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22% 올렸다. HSBC와 씨티은행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면서 이번 주 발표되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은 향후 반도체 랠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하락함으로써 투심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달러화 강세를 부추겨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