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신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취임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승환·신현주 기자]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친윤 색채가 짙은 ‘7인 체제’로 닻을 올렸다. 반면 비대위에서 마련할 ‘전대 룰’을 토대로 당권 경쟁을 펼칠 후보군의 면면을 살펴보면 당내 비주류 세력권에 속하는 비윤(비윤석열)계·수도권 인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현재의 ‘임시 지도 체제’에서 미래 ‘정식 지도체제’로 옮겨가는 과정에 당내 권력지형 변화가 예상되는 형국이다.
비대위는 13일 오후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개최한 뒤 곧바로 첫 회의를 진행한다.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 출범까지 꼬박 한 달이 걸린 만큼,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를 내기 위한 취지다.
비대위는 추경호 원내대표·성일종 정책위의장·정점식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전날 발표된 임명직 비대위원 4명(엄태영·유상범·전주혜·김용태)이 ‘임명직’으로 참여한다. 이들 중 ‘친윤계’로 분류되지 않는 인물은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과 성 의장 둘 뿐이다. 비대위원 7명 중 5명이 친윤계인 셈이다. 유상범, 전주혜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에서 각각 대변인, 원내대변인직을 맡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절대 불가한 인선 아니냐”며 “황우여 비대위의 가장 큰 과제는 전당대회 룰 변경인데, 지난해 당원투표 100% 선거로 당헌당규 변경했을 때 찬성하던 인물들이 전향적 입장을 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인사를 비대위원으로 추가 인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임 ‘한동훈 비대위(11명)’보다 적은 7명으로 구성됐다는 이유인데, 주류세력인 영남권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비대위는 이 같은 ‘추가 인선론’에 선을 긋고 있다.
한 비대위원은 “임명직 비대위원 4명 중 2명이 수도권이고 1명이 충청권”이라며 “황 위원장이 지역 안배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본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 |
당권 경쟁 구도는 ‘친윤 색체’가 강한 비대위 구성과 상반된다. 비윤계이자 수도권 출신 당권 주자들이 유력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당내 주류세력인 영남 출신 친윤계와 거리가 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나경원 당선인,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다.
4·10 총선을 거치면서 대통령실과 각을 세웠던 한 전 비대위원장과 지난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과 대립하며 대표적인 비윤계로 불리는 유 전 의원은 사실상 당권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 현안에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최근 공공장소에 모습을 나타내며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팬카페 ‘유심초’ 회원들과 5년 만에 팬 미팅을 열었다.
안 의원과 윤 의원은 당내 주류 세력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특히 황우여 비대위 체제를 겨냥한 ‘소신 발언’을 이어가며 당의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전날 “총선 참패를 성찰하고 다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수도권 비대위원 추가 인선이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번 비대위가 혁신형 비대위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과 김기현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
현재 당권 주자들 가운데 ‘비윤 색체’가 상대적으로 옅은 후보는 나 당선인이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이 연대’(당대표 나경원·원내대표 이철규)라는 말이 나왔던 만큼 다른 주자들보다는 대통령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나 의원 역시 서울 동작을 정치적 기반을 삼고 있는 만큼 영남권 중심으로 짜여진 주류 세력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나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나 당선인 측인 자신의 출마 여부와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여부를 연결한 관측에 대해 “특정 정치인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나경원 당선인의 추후 정치 행보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