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마창석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왼쪽)과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 '고물가와 소비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실질구매력의 정체로 부진했던 실질 민간소비가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민간소비 부양책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마창석 연구위원과 정규철 실장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고물가와 소비 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현안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당시 벌어졌던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민간소비 간 격차는 위기가 종식된 작년에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실질구매력이 정체돼 실질 민간소비 부진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과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9% 상승했지만 GDP 디플레이터는 연평균 1.7% 오르는 데 그쳤다. 2022년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작년에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실질구매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고, 2022년과 지난해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은 각각 -0.5%, 0.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올해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상대가격이 올라 민간소비 부진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간 6% 상승하고 반도체 가격은 37% 오른다고 설정한 시나리오에서 상대가격은 0.5%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규철 실장은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 소득은 늘어난다"며 "반도체 가격이 소비자물가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쓰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소득금액이 커지면 소비 여력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아울러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1.4%)보다 높은 2%대 중반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실질구매력 개선에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고금리는 여전히 민간소비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민간소비 부양책이 필요치 않다는 게 연구의 주장이다.
마창석 연구위원은 "부양책이 오히려 현재 안정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안목에서 실질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 정책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부양책과 관련, 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등 특정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