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선거, ‘교통정리’ 적절한가?[이런정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제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선거 출마선언을 하기 위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회의장 선거가 이례적으로 관심도가 높다. 입법부 수장으로,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1당 출신이 맡아오면서 대중의 주목도가 낮았다.

하지만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과반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이 대거 후보 등록을 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후보들간 ‘선명성 경쟁’이 펼쳐지면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의장 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에 당 지도부 차원에서 ‘후보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정성호·조정식·우원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으로 4파전 구도가 형성된 의장 선거 구도가 최근 우 의원과 추 당선인 사이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정 의원과 조 의원은 후보 등록 후 사퇴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물밑에서 후보군을 정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선거 구도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후보들 한명 한명을 만나서 후보군을 압축하는데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알 수 없지만 (박 원내대표가 의장 후보들을)만났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이른바 교통정리를 두고 ‘명심(이재명 마음) 전달’이라는 말이 나온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후보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가 원하는 사람으로 국회 의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물밑에서 선거 구도를 조정하고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이번 의장 선거가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이 대표로서는 당심이 반영된 선거 구도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의장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22대 총선을 통해 친명계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윤석열 정권과 극한의 대립각을 세워온 이 대표 체제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어야 의원들 표심을 얻기 유리한 환경이다. 채상병 특검법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강조했던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비판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국회의장 선거에서 필패 공약이 ‘중립성’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4·10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혁과 민생의 책임의장’이라는 구호 아래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우원식 의원실 제공]

당내 일각에서 국회의장 선거에 당 지도부가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장은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해 국회의원 개개인이 독립적인 판단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선거 구도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모양새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4선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에서 “(의장 선거는)의원들의 판단에 맡겨서 결정하는 것인지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회의장은 권력 서열 2위인데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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