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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쉴 때는 집에서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카페나 술집 등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즐긴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SCMP)의 보도가 지난 14일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나면 카페나 술집과 같은 ‘제3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휴식을 취하곤 하지만 공동체나 조직생활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집 외에서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SCMP는 전했다.
‘제3의 공간’이라는 말은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가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가정을 제1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제2의 공간은 직장이고 ‘다른 형식으로 자유로운 사교의 장이 열리는’ 장소는 제3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20~29세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시개발촉진기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식을 취할 때 가장 선호하는 장소를 물은 결과 82%가 ‘집’이라고 응답했다. 그 뒤로는 이자카야가 20%였으며, 14%는 개인 노래방, 12%는 카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제3의 공간에 대해 연구하는 이시야마 노부타카 호세이 대학 교수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조직과 공동체를 중시하던 일본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개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야마 교수는 “사람들이 일과 외에 비슷한 취미나 관심사를 바탕으로 서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며 “낯선 사람들과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연결이 가능한 장소가 다양해진다면 일본 사회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작은 규모의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마 쇼코는 단골 고객이 오면 가게 문 앞에서 이들을 맞이한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종종 문을 활짝 열어두며 손님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다. 카페 내부의 의자는 긴 벤치 형태로 꾸며 손님들이 앉아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전직 교사였던 이지마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에 대해 고민하다 카페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이 카페의 단골 손님인 미야자와 후미는 “여기서는 직원 및 다른 손님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며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나라현에서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는 사카이 아야코(28)도 가게에 단골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어떤 손님들은 직장에서 생긴 고민에 대해 나에게 털어놓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나와의 대화로 손님들의 기분이 나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가게가 사람들이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기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