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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경찰 행세를 하는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하며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피해자로 위장해 급전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퇴직금과 자녀 결혼자금, 노후 생계자금을 가로챈 사기꾼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1단독 정수경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빌려주면 갚겠다"는 구실로 78회에 걸쳐 B(73)씨 등 60∼70대 3명과 40대 1명을 상대로 1억 4000만원을 뜯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3월 다섯 차례에 걸쳐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약 4000만원을 대출받아 이를 가로챈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불구속 상태로 A씨 사건을 넘겨받았던 검찰은 B씨의 자녀가 작성한 탄원을 토대로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계좌 분석을 통해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밝혀낸 뒤 구속했다.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던 A씨는 책을 빌리러 온 노인과 지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범행했다.
그가 뜯은 돈은 피해자들의 공무원 퇴직금, 아들 결혼자금, 노후 생계자금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과정에서 변제능력을 가장하거나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처럼 계좌명세를 조작했다.
심지어 역할 대행업체를 통해 경찰 행세를 하는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는가 하면 훔친 주민등록증으로 연대보증 확인서까지 위조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결국 A씨는 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 사전자기록위작,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지난해 7∼9월 주거침입에 절도 행각 등 범죄로 추가 기소되면서 A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총 14개로 늘었다.
A씨는 법정에서 뒤늦게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대부분 비대면 금융거래를 잘 알지 못하는 고령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금액 규모가 1억8천만원을 넘는데도 전혀 피해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며 실형을 내렸다.
이어 "피고인은 말로만 '피해변제를 하겠다, 합의를 위해 시간을 달라'고 했을 뿐 사실상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신뢰를 이용해 장기간 차용금 편취 범행을 저지르는 등 비난 가능성과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고, B씨의 경우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다시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 등 범죄로 인한 추가 피해도 심각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