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이주빈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퀸즈그룹 3세인 남편 홍수철(곽동연)과의 케미를 잘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반전을 지닌 인물 천다혜를 맡아 입체적인 연기를 펼쳤다.
처음에는 어리버리 홍수철을 보좌하는 듯 하면서 이용해먹지만, 후반에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스스로 깨달으며 반전을 보여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다혜의 일부분은 실제 내 모습이기도 하다. 가면을 벗고나니 연기하기가 편했다. 초기의 단아하고 차분한 연기가 오히려 힘들었다. 용두리에 가서 털털하게 연기하는 게 좋았다."
이주빈은 "다혜는 양심있는 양아치다. 그렇게까지 나쁜 애는 아니다. 다혜도 고아원 출신이고 아픔이 있다. 미국에서 안좋은 부모를 만나 파양을 당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도망나왔다"고 전사(前史)를 설명한 후 "다혜는 겁박하고 나쁜 짓 하는 게 아니라, 그 중간에서 일조하는 짓이다"고 말했다.
이주빈은 “감독님과도 현장 디렉팅에서, 다혜가 심각한 빌런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회개, 갱생의 여지를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래서 초기에는 다혜가 철 없고 가벼우며, 단순하면서 한심한 애같은 느낌이 있도록 했다.
이주빈은 "다혜와 수철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작가님이 양이 아니라 질로 만들어주셨다"면서 "그래서 다혜-수철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작가님이 대단하시다"고 말했다.
이주빈은 곽동연과의 케미가 좋았던 이유를 곽동연 덕으로 돌렸다. '당당한 바보' 수철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사실 동연이 나보다 8살 아래다. 나는 30살에 데뷔해서 그렇다. 나이를 얘기했더니 놀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장난도 잘 치고 포용력도 강한 남자다. 다혜는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는데, 수철은 남자 이전에 다혜를 따뜻하게 받아준 부모와 같은 존재다."
이주빈은 지난해초까지 상업영화 첫 도전 상품인 '범죄도시4' 촬영을 끝내고 2달 정도 지나 '눈물의 여왕' 촬영에 들어갔다. 두 작품 모두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차기작으로는 주인공을 맡은 '보호자들'을 통해 대세 배우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범죄도시4'는 2022년쯤 제안받았다.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고 나쁜 놈을 잡는 통쾌한 얘기인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감독님이 아날로그 식의 형사가 아니라 디지털 담당 경찰이라고 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참가했다."
이주빈은 2년간 가수 연습생으로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노래를 못한다는 생각에 대학을 다니면서 피팅모델 등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결국 '미스터션샤인'부터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톡톡 튀는 감초 연기를 많이 했는데, '보호자들'을 통해 호흡이 긴 주인공 역에 도전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내 몫을 잘해내야 한다. 이제 주인공 입장에서 전체를 봐야 한다. 소통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저의 상태를 모니터 해주고 대본을 분석해주는 레슨도 필요하다. 연기를 배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얘기하는 상대가 필요하다."
이주빈은 "시청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욕심이 조금은 이뤄진 것 같다"면서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 연기 점수를 60점 정도 주고 싶다. 다시 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도 매번 아쉽다. 그럼에도 제 인생 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빈은 낯을 가릴 것 같은데 만나보니 솔직하고 털털했다. 대화하기 편한 상대였다. 함께 일하기 좋은 상대일 것 같다. 이주빈은 "어릴 때는 27세쯤에 결혼할 줄 알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자꾸 밀리더라. 그래도 마흔 살 전에는 해야한다. 출산 욕심이 있다"고 했다.
"'눈물의 여왕'이 시작하기 전부터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라 주목받았는데, 김수현과 김지원의 멋있는 연기가 인기를 끌었고 저 까지 좋아해주시니까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