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 회장 “한미주주 통합반대, 우리가 부족한 탓…미국·동남아 등 인수기업 물색 중”

이우현 OCI 회장이 14일 OC홀딩스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OCI홀딩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14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조 단위의 해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현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OCI빌딩에서 열린 OCI 홀딩스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약·바이오 투자와 관련해 미국 회사 1곳, 동남아 회사 1곳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증자를 할지 지분인수를 할지, 재무적 투자(FI)를 할지 전략적 투자(SI)를 할지, 컨소시엄을 꾸릴지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올해 초 한미약품그룹과의 기업 간 통합 불발 이후 제약·바이오 차기 투자 계획에 대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CI는 올해 1월 한미그룹과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 경영 체계 수립을 준비해 왔으나 주주 반대 등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한미와의 통합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으면서도 제약·바이오 관련 투자에 정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한미와의 통합 건이 계획과 달리 안 됐는데 왜 안 됐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면서 “OCI가 투자한다고 했을 때 ‘회사가 더 좋아지겠구나’ 하는 판단이 섰으면 한미 주주분들이 좋아했을 텐데 결사반대하면서 통합을 무산시켰으니 우리가 무언가를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차기 투자에 대해선 더욱 진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OCI의 경영 기본 지침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영업이익률이 20% 이상인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투자 5년 이내 페이백(회수)이 되고 영업이익을 20% 이상 낼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주력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이랑 동남아가 아무래도 (제약·바이오 투자의) 타깃이 될 것”이라며 “이런 거래는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진행형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했는데 이번 출장에선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는 미국 제약·바이오 회사와의 미팅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해 “새로운 목표라기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제약·바이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음극재 소재 등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태양광 쪽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와 경쟁해 살아남을 체력을 길러야 하는 게 당연한 저희의 수순”이라면서 “규모가 크진 않으나 반도체 쪽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음극재 소재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도 우리가 화학 전문 기업으로서 프로세스 관리를 잘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분야를 집중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는 OCIM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태양광 밸류체인 별 사업 역량을 극대화하고, 화학 부문에서는 사업회사 OCI를 필두로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첨단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번 간담회는 OCI홀딩스 출범 1주년을 맞아 진행됐다. OCI는 지난해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OCI홀딩스와 사업회사인 OCI로 나뉘었다. 올해 1월 OCI에 대한 OCI홀딩스의 현물출자가 완료되면서 OCI는 OCI홀딩스의 종속회사가 됐다.

이 회장은 지주사 출범 후 1년을 “전 계열사가 각각의 특성에 맞는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렸던 한 해”라고 회고했다.

그는 “OCI홀딩스는 지주사의 본원적 역할에 집중하고 자회사의 자율 경영을 지원하되 지주사와 자회사 간 모범적인 역할모델 정립에 힘써왔다”면서 “앞으로 지주사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과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 투자자, 구성원 등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에게 인정받는 회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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