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궤도에 오르자 “청탁과 구걸외교”라며 강하게 견제했다. ‘북남 관계’라는 용어 대신 ‘조한 관계’를 사용하며 ‘한민족’이 아닌 ‘국가 대 국가’ 의미를 부각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 박명호 중국담당부상은 16일 담화를 내고 “‘청탁’과 ‘구걸’로 일관된 대한민국 외교가 얻을 것이란 수치와 파멸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담화는 지난 13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조 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찾아 4시간 동안 취임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 후 만찬을 한 결과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조 장관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것과 관련해 담화는 “대한민국의 후안무치함과 철면피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조 장관의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 모멘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등 발언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이라는 전쟁 마부가 미친듯이 몰아대는 ‘신냉전’ 마차에 사지가 꽁꽁 묶여있는 처지에 과연 수족을 스스로 풀고 뛰여내릴 용기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측 입장에 대해 하나하나 언급하며 맹비난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지으며,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담화는 “공화국의 ‘정권종말’을 운운하며 침략적성격의 전쟁연습을 연중내내 매일과 같이 벌려놓으면서 조선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지역을 세계최악의 열점지대 만들어놓은 장본인이 과연 누구인가”라며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대한민국”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외교부는 왕 부장이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북남관계’ 대신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북한이 외국과 양자관계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와 ‘대한민국’을 사용한 것이다. 특히 이번 담화의 주체가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이고, ‘중국 담당자’인 것이 특이점이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대한 연장선이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담화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주일 외교부 부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중의 공동 이익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계속 중국 측과 건설적 협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 방중 이후 다양한 채널에서 한중 간 고위급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양측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위급을 포함하여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전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산제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화상으로 제18차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원자재와 핵심 광물의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는 윤희근 경찰청장은 왕샤오훙 중국 공안부장과 치안총수 회담을 갖고 마약,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초국경 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중 치안총수 회담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열렸다.
한중일 3국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