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욕망의 아이콘으로 고전의 옷 입다

배우 황정민이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예요. 구청장이던 사람이 대통령이 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예언에 현혹돼 욕망의 끝을 향해 가는 거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가 1000만 배우와 만났다. 지난해 말 영화 ‘서울의 봄’으로 MZ세대의 심박수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배우 황정민이다. 지금 황정민은 별안간 ‘욕망의 아이콘’이 됐다.

황정민은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참석, “맥베스는 탐욕의 끝으로 내달아 결국 스스로 파멸의 무덤을 파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황정민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과 2022년 ‘리처드 3세’에 이어 오랜만에 고전의 옷을 입었다. 그는 “요즘에 나와도 될 법한 이야기가 몇백 년 전 과거에 통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이 오마주했고 워낙 레퍼런스도 많은 작품이다. 보통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3~4시간 정도 분량인데 반해 ‘맥베스’는 2시간 가량의 함축적인 작품”이라며 그만큼 ‘글발’이 좋았다는 거다. 후대가 해석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작품이라 꼭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에서 배우 김소진은 맥베스의 욕망을 일깨우며 파국을 부르는 레이디 맥베스, 송일국은 맥베스의 부관인 뱅코우를 맡았다. 황정민·김소진·송일국, 세 배우는 5주 동안 원캐스트로 모든 무대를 소화한다. 레이디 맥베스의 배우 김소진은 작품의 홍일점이기도 하다. ‘맥베스’에서 “맥베스가 왕이 된다“고 예언한 세 명의 마녀도 모두 남자 배우가 연기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마지막 작품으로 ‘권력욕’에 휩싸인 인물들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이끌려 파멸을 향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전쟁터에서 돌아오던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3명의 마녀에게서 ‘왕이 된다’는 예언을 들은 이후 연극은 핏빛 비극을 향해간다. 작품에서 ‘예언’의 순간은 인물들을 파국으로 이끄는 중요한 계기다. 뱅코우가 맥베스에게 살해되는 것도 그의 자손이 왕이 된다는 에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맥베스’는 현재 한국 연극계의 스타 연출가이자, ‘한여름밤의 꿈’으로 2006년 폴란드 그단스크 셰익스피어 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양정웅이 맡았다.

양정웅 연출가는 “‘맥베스’는 장르로 치면 오컬트다. 상징적이면서 은유할 수 있는 욕망의 폐허, 욕망의 창고 같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대사와 압축된 완성도로 셰익스피어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420년 전 고전의 메시지는 2024년에도 유효하다. 양 연출가는 “브레이크 없이 쾌락과 욕망의 끝으로 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 안에도 있다. 가지고자 하는 것도 욕망”이라며 “극단적인 막장드라마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유사한 욕망, 죄책감, 양심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허덕이는지 공감하고 반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맥베스’는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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