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생각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한밤중 서울 강남 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달아난 가수 김호중(33)씨의 음주 여부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사건 축소를 위해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관계자들을 줄줄이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의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와 매니저 2명 등 3명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허위 진술을 한 매니저 A씨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또다른 매니저 B씨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됐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차량을 충돌한 뒤 달아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앞서 사고 발생 약 2시간 뒤인 10일 오전 1시59분께에는 김씨 매니저 A씨가 사고 당시 김씨가 입었던 옷을 입고 경찰서에 가서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 자수했다.

김씨는 사고 17시간 뒤인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이 차량 소유자인 김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출석을 요청한 뒤였다.

김씨는 범행 초기 운전 사실을 부인하다가 경찰의 추궁 끝에 뒤늦게 본인의 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사고 발생 17여시간 뒤에야 경찰에 출석해 음주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만큼, 음주 측정을 우려해 경찰을 피하다 정확한 음주 측정이 어려운 때에야 경찰에 출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런 정황 등을 바탕으로 김씨가 사고 발생 직후부터 변호사나 소속사 간 긴밀한 논의를 통해 계획적으로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의 '음주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등 의혹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또다른 매니저인 B씨에 의해 파손된 것도 이런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경찰은 소속사 사무실과 이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서 확보한 자료와 김씨가 있었던 유흥주점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