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된 대출 관련 정보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 방향을 잃은 대기성 자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은 1달 사이 10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19일 한국은행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MMF는 3월 한 달 사이 10조7000억원 불어났다. 12.0% 증가다. 이에 계절조정기준 3월 MMF(평잔)는 99조8477억으로 100조원 돌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MMF는 파킹형 금융상품으로 안정적으로 수익금이 나오고 환금성이 좋은 편이다. 투자자들이 용처를 정하지 못한 자금을 통상 묻어 놓는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도 투자 대기자금 증가와 맞물려 늘어났다. 은행이 늘어난 투자 대기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정기 예·적금도 증가했다.
3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지난달과 비교해 18조6000억원 늘었다. 정기 예·적금은 12조9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투자 대기자금 유입 등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늘었고, 은행의 투자 대기자금 유치 활동의 결과 정기 예·적금도 증가했다”며 “MMF에는 국고 여유자금과 청약증거금 등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동향을 봐도 MMF 등 파킹형 금융상품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16일 기준 206조4535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9조3163억원 늘었다.
MMF와 비슷한 성격의 파킹형 상품인 CMA도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CMA 잔액은 16일 기준 81조7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은 84조2496억원으로 최근 6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이 기간 일별 CMA 잔고 평균치인 75조312억원과 비교하면 12% 이상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16일 기준 56조2355억원으로 한 주간 5704억원 늘었다. 예탁금은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자금이다.
투자 대기자금이 줄지 않는 있는 이유는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 위기감 고조 등 돌발 변수가 돌출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오는 23일에도 11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하고,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묶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은의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1.3%)은 예상을 웃돌았다. 이에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2.1%)를 올려잡을 전망이다. 예상 경기는 더 밝게 보면서 동시에 금리를 낮추는 모순적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려 역대 최대 수준(2.0%포인트)인 두 나라 간 금리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