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교육 일정이 이번주 확정된다. 마지막 고비로 평가됐던 법원이 ‘계속 진행’ 결정을 내리면서다. 사태 발단의 시작이 된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은 이날부로 3개월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복귀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오늘까지 복귀’를 재차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주 내로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사실상 확정될 전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번 주(20∼24일) 중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전국 대학들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승인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5면
지금까지 대학별 모집인원 외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정시·수시모집 비율’ 등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계획이 확정되면 수험생들은 본격적인 입시전략 수립에 나서게 된다. 교육계에선 입시의 안정성을 고려해 일단 모집요강이 발표되면 올해 의대 정원은 되돌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전공의들은 수련 관련 법령에 따라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시점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개개인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병원으로 조속히 돌아와 수련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는 복귀도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바로 그 다음날부터 병원을 이탈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날로 의료공백이 발생한 지 3개월에 다다르자,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의 수련 기간 산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의 유화책과 행정처분 재개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원하는 고연차 전공의는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이날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전공의들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는 수련 기간에 공백이 발생하면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서면 그해 수련을 수료하지 못해 매년 초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휴가나 휴직,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하라는 일종의 ‘구제 방안’을 내놨다.
이탈 기간이 3개월을 넘겼더라도 일부를 휴가나 병가로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면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이탈 기간 일부가 휴가나 병가 등으로 처리되면, 이날 이후에 복귀하더라도 실질적인 공백이 3개월을 넘지 않으므로 내년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신속하게 돌아오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수련 기간의 유연한 산정이라는 ‘당근’과 행정처분 재개라는 ‘채찍’을 동시에 내세워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셈이다.
전날 대통령실은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이행 여부와 관련해 “개별적인 사유 소명에 따라 개인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전공의 행정처분은 이런 시점(이탈 3개월)을 전후로 한 전공의들의 행동 변화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도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정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은 신체적·정신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주 4일 근무 등 휴진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 가운데 의료계 측 변호사마저 나서서 전공의들이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수가 및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유인책으로 제시하며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당장 이번주 중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전문위원회와 의료인력 전문위원회에서 관련 사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조규형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근로 개선을 위해 연속 근무 상한 축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당 근로 시간을 단계적으로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 역시 돌아오지 않으면서 집단유급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올해 국가시험 일정 연기를 검토하는 등 의대생 복귀를 위한 설득을 계속하고 있지만, 의대생 반발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대학들을 상대로 의대 증원 확정을 위한 절차 마무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주호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각 대학들이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빠르게 완료하도록 당부할 계획이다.
각 대학들로부터 내년 대입 시행계획 변경안을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이번주 중 심의를 진행해 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안효정·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