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대한항공 인수 안되면 어쩌나…계약금 절반 넘게 써 [투자360]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의 대가로 수령한 계약금을 절반 넘게 사용했다. 유럽집행위원회(EC)를 설득하기 위해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을 수용한 지 4개월 만이다. 사실상 합병에 무게를 두고 계약금을 활용하는 모습으로, EC와 미국 법무부(DOJ) 최종 판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도 결정될 전망이다.

20일 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대한항공과 M&A 계약으로 수령한 계약금 70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을 추가로 인출했다. 작년 11월 대한항공이 EC에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위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직후에도 2500억원을 사용한 상태다. 이로써 누적 인출액은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단기금융상품으로 분류되던 계약금은 이자수익을 포함해 2023년 9월 말 727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3349억원으로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제공한 유동성 창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하던 계약금 7000억원은 2020년 11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1조500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령했다. 그러나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계약금을 사용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설득하기 위해 거래 종결 이전에 계약금 일부 인출을 허용했다. 올해 2월 EC가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덕분에 1500억원은 이행 보증금으로 전환돼 아시아나항공의 반환 의무가 사라졌다. 기업결합을 승인 받지 못해 계약이 불발되면 나머지 2500억원은 채무로 전환된다. 이 가운데 2200억원까지는 영구전환사채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양사 합병이 이뤄지지 않아도 아시아나항공이 즉시 대한항공에 반환해야 하는 부담에서는 벗어나 있다. 대한항공에서 수령한 계약금을 운영자금에 보태면서 자체 영업과 재무 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을 쌓아두는 모습이다. 올해 3월 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성자산은 7611억원으로 작년 말 3125억원 대비 144% 늘었다.

시장의 관심은 양사 기업결합 승인 여부에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우선 EC에 제출한 시정조치안을 이행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위해 본입찰을 마치고 응찰자 면면을 살피고 있다. EC의 의중을 고려해 양사 통합으로 우려됐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화물 항공운송 사업의 경쟁을 유지할 수 있는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본입찰에 참여한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세 곳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EC와 함께 양사 기업결합에 우려를 표했던 미국 법무부 판단도 주목되고 있다. 내달 최종 판단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미국이 독점을 우려했던 5개 여객 노선의 슬롯을 타사 이관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기업결합이 공정경쟁에 지장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심사 관문을 통과하는 식이다.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실적은 국제선 여객 수요에 힘입어 외형은 커졌으나 비용 부담에 영업적자로 전환됐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1조6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고 31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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