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높은데 치료제없는 이 질병” 자석으로 원인균 쏙 뽑아낸다

적혈구-초상자성 나노입자를 이용한 혈액정화기술 모식도.[UN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체외 혈액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실제 환자와 유사한 실험조건에서도 뛰어난 치료 효과를 나타내, 패혈증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주진명 교수팀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혁 교수팀은 적혈구-초상자성 나노입자 기반 체외 혈액정화 기술을 개발했다.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활용해 패혈증의 원인 물질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개발된 혈액정화 기술은 돼지 모델을 통한 전임상실험에서 치료 효과와 유효성 또한 검증됐다.

강주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단순히 혈액에서 패혈증 원인 물질의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심혈관과 혈액학적 주요 임상지표가 개선되고 주요 장기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입증했다”며 “혈액과 주요 장기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병원균과 염증성 물질을 사전진단 없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패혈증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심각한 감염에 대한 인체의 전신성 이상 염증반응이다. 주요 장기에 기능부전을 일으키며 높은 치사율을 동반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뚜렷한 패혈증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강주헌 교수팀은 2022년 선행연구를 통해 유사한 기술을 개발했다. 니켈, 철과 같은 자성 나노입자를 적혈구의 세포막으로 기능화시켜 체외로 순환하는 환자의 혈액과 반응시킨다. 이때 자성 나노입자가 병원체를 포획하게 만든 다음 외부 자기장(자석)으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혈액에서 제거해 패혈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행 연구로 개발된 기술을 실제 임상에서 기술적 한계를 보였다. 자기장에 의해 끌려오는 힘인 자화율이 낮아 수 리터의 체외 혈액을 정화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론적으로 성인 환자의 전혈을 1시간 안에 정화하는데 필요한 자성나노입자의 크기, 크기분포 등을 계산하고 최적화된 값을 예측했다. 새로운 수열 합성법을 개발해 기존보다 뛰어난 자화율과 입자의 균일도가 높은 초상자성 나노입자 합성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개발된 초상자성 나노입자에 적혈구 세포막 기술을 입혀 기능성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혈액 속 병원균을 6L/h의 빠른 유속에서도 쉽게 제거할 수 있으며, 돼지 패혈증 모델에서도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UNIST 연구진. 강주헌(왼쪽부터), 주진명 교수, 박성진, 김수현 연구원.[UNIST 제공]

강주헌 교수는 “개발한 기술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인증 및 추가 계획 중”이라며 “사전진단 없이 다양한 종류의 병원체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신·변종 감염병 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안보 전략으로 활용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감염병 치료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라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Small Methods’에 권두 삽화로 선정돼 지난 17일 정식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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