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1분기 깜짝 성장에 힘입어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 전망 상향은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가졌던 2021년 이후 가장 크다.
한은은 앞서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월 3%에서 5월 4%로 1%포인트까지 상향한 바 있다. 2020년에는 -0.2%(5월)로 발표했던 전망을 -1.3%(8월)로 대폭 내리기도 했으나,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과 그로 인한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이번 경제성장률 상향 폭은 그만큼 기대 이상의 성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 기대가 높아졌지만,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내수 부문의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하반기 소비와 건설 부문의 지속적인 회복이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지난 2월 2.1%에서 0.4%포인트 상승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하면서 기존 전망 경로를 웃돈 것이 상향 조정의 원동력이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1분기 깜짝 성장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힘인 수출 뿐만 아니라 내수 부문이 함께 성장하면서 나타날 수 있었다. 1.3% 중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0.7%포인트에 달해 순수출(0.6%포인트)을 웃돌았다. 다르게 말하면 내수 성장이 이어지지 않으면 성장세가 유지되기 어렵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건설 부문 회복이 특히 중요하다. 건설투자는 1분기 2.7% 증가하며 성장률(1.3%)에 0.4%포인트 기여했다. 지난해 4분기 -0.7%포인트로 성장률을 크게 깎은 것과 대비된다.
그런데 이 회복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구조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수주가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수주는 2022년 10월에 35.4% 줄어든 이후 2023년 1월(13.1%), 10월(42.3%), 12월(42.7%)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하락세다.
건설수주는 향후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일종의 선행지표다. 통상 1년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건설투자에 반영된다. 당장 이르면 2분기부터 건설경기가 흔들릴 수 있다.
일부 조짐이 보인다.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기성(불변)은 건축(-9.5%)과 토목(-6.0%)이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8.7% 급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라고 봐야 하고, 앞으로는 결국 유가와 환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건설투자가 늘어나긴 어렵고, 결국 금리가 언제 인하되느냐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 식당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있다. [연합] |
민간소비도 건설투자와 비슷한 형국이다. 1분기 민간소비는 0.8% 늘어 성장률에 0.4%포인트 기여했다. 민간소비 성장 기여도가 작년 1분기 0.3%포인트에서 2분기 -0.1%포인트로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3분기 0.1%포인트, 4분기 0.1%포인트에 그쳤단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그러나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하반기에도 성장궤도를 그릴지는 미지수다. 소비심리는 이미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4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분기 소비가 좋게 나왔던 이유는 지난해 4분기 내수가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라며 “소비가 지금 그래서 좋으냐고 물으면 좋지 않고, 하반기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과 민간소비가 지속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1분기 깜짝 성장은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로 그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엄밀하게 말해서 기저효과를 제외하고도 성장했다고 말하려면 지난해 1.4% 성장률과 합쳐 평균해 잠재성장률인 2%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개인적인 기준점은 그래서 올해 성장률이 2.6%를 상회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잠재성장률 수준인 2.1%로 낮췄다. 올해 성장률 상향에 따라, 내년 성장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0%에 근접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