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조단계 새 ‘바이오마커’ 찾았다

암보다 더 무서운 치매 발병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기진단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김재욱(사진) 디지털임상연구부 박사 연구팀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조기진단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인지장애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관련 진단도구와 진단기술 향상과 함께, 한의디지털헬스기술의 발전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EEG(전두엽 2채널 뇌파측정장치)를 활용, MCI 환자군 481명과 정상인지기능군 1043명의 청각자극에 반응하는 선택적 주의력 ERP(특정사건 관련 뇌 내 반응)를 측정했다.

선택적 주의력 측정을 위해 5분 동안 256개의 표준자극과 64개의 목표자극을 무작위로 제시해 신호대잡음비를 높였다. 대상자는 표준자극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고, 목표자극에 대해서는 버튼을 누르는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반복되는 청각자극에 대해 300ms 근처에서 관찰되는 평균 뇌전위의 최대 크기나 반응시간을 주로 비교했던 기존 연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각의 ERP 간의 변동성에 더 주목했다.

MCI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청각자극을 주고 뇌 반응을 측정한 결과, 건강한 사람보다 변동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 MCI 환자가 동년배의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 반응의 변동성이 약 12~18% 증가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감각정보를 인지하는 초기 뇌반응(자극 후 0.2초)에서는 변동성이 약 12% 증가했고, 감각정보의 차이를 선택적으로 인지하고 평가하는 것과 관련된 뇌반응(자극 후 0.3초)에서는 진폭의 변동성이 약 18%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MCI 환자군의 신경처리과정이 다소 불안정하고, 집중력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해당 ERP 변동성 지표를 기존의 ERP 지표나 신경 심리학적 검사 결과와 통합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변별력이 향상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김 박사는 “기존 신경심리학적 검사는 인지장애의 최종 결과만을 평가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ERP 측정은 뇌인지 전체 과정에 대한 정밀 평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ERP 측정으로 더 체계적이고 정밀한 치매 조기선별 모델 개발이 목표로 간단한 밴드형 뇌파 장비를 보건소·한의원을 포함한 1차 의료기관에 보급하여 건강한 고령사회를 견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치료’에 4월 4일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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