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넉넉하지 않은 환경에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초등학생 아들이 친구들에게 '개근 거지'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가장의 사연이 전해졌다.
'개근 거지'는 학기 중 체험학습과 해외여행 등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이 남성은 "요즘 비교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근거지라는 게 그냥 밈인 줄 알았는데 우리 아들이 겪어버렸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을 둔 아버지 A 씨는 "어제 아들이 '친구들이 개거라고 한다'고 울면서 말했다"며 "개거가 무엇인가 했더니 '개근거지'더라"라고 했다.
A 씨는 현재 외벌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월 실수령액은 300만~350만원, 생활비와 집값을 갚으면 여유 자금이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학기 중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는데,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A 씨는 "경주나 강릉, 양양 같은 곳을 알아보자고 컴퓨터 앞에 데려갔는데 '한국 가기 싫다'고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할 때 쪽팔린다'고 한다"며 "체험학습도 다른 친구들은 괌, 싱가폴, 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A 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결국 아내와 아들 둘이서만 해외로 가기로 하고, 현재 '땡처리'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당연히 모든 세대만의 분위기나 멍에가 있겠지만, 저는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자라고 부모께서 키워주심에 감사하면서 교복도 가장 싼 브랜드 입고 뭐 사달라고 칭얼거린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최신 아이폰에 아이패드까지 있다. 제 핸드폰은 갤럭시S 10"이라며 "요즘 정말 비교 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 결혼 문화나 허영 문화도 그렇고 참 갑갑하다. 사는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라면 씁쓸한 현실", "초등학생들이 아빠 연봉을 자랑하는 시대", "차별과 비교에 물든 문화"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실제로 지난 12월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패밀리스토밍' 자리에 초대된 청년 세대 '무자녀 부부' 12명도 '개근 거지' 행태를 거론했다.
한 참가자는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 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느냐"며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봐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다고 해 걱정이다"라는 고충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