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의 공연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 앞. 김 씨의 팬 등 관람객들이 예매표 수령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
“빈체로, 빈체로(승리하리라, 승리하리라)!”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에서 가수 김호중이 오페라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의 마지막 가사를 부르며 주먹 쥔 두 손을 높이 치켜들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간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강력한 의지, 그 의지를 다지는 김호중에게 팬들은 지지를 보냈다.
김호중은 공연 시작 1시간28분이 지나 등장했다. 2부에서 오케스트라 뒷편 무대에서 등장한 김호중이 첫 곡으로 푸치니의 오페라인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자, 객석은 이내 눈물 바다가 됐다. “아휴, 너무 속상하다”, “마음이 아프다” 등 팬들의 중얼거림도 들렸다. 김호중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도 한숨이 나왔다.
해당 공연은 오스트리아의 빈필, 독일의 베를린필, 미국의 뉴욕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RCO) 등 세계 4대 오케스트라의 현역 단원 42명이 내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호중을 앞세운 이틀 간의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2만 석이 줄줄이 팔려나갔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폭탄을 맞았다.
공연장의 열기는 공연 시작 전부터 예견됐다.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이 전해진 후 온라인 예매 취소가 6000표나 나왔지만,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공연을 5시간 여 앞둔 23일 오후 3시께 현장 구매를 하기 위해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5시께에는 300명 이상이 티켓 판매 줄로 몰렸다. 현장에서 판매된 티켓만 600장에 달했다.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 거짓말, 증거 인멸 등 범행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팬심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무대 위 김호중은 단 한 차례도 웃지 않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김호중은 이날 ‘별은 빛나건만’으로 공연을 시작해 로타의 ‘땅은 불타오르고’, 주케로의 ‘평온한 저녁 바다’, ‘후니쿨리 후니쿨라’, ‘네순 도르마’ 등 총 6곡을 부르는 동안 관객과 눈을 마주하긴 했지만, 노래 외에 입은 열지 않았다. 듀엣 공연 역시 하지 않았다. 당초 함께하기로 했던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아티스트와의 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무대에 서기로 한 해외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 사태를 알고도 공연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주최 측 관계자는 “TV에서 김호중 관련 뉴스가 연일 나오다 보니 해외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이미 계약을 하고 한국 연주 여행을 온 상황이라 일에 집중해 공연을 잘 마무리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해당 공연은 김호중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숙’ 전 마지막 공연이 됐다. 당초 김호중 측은 23~24일 공연을 마친 후 자숙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24일 영장실질심사를 예정대로 열면서 김호중은 이날 오후 공연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