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규 법제처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우리가 민주주의를 구현하며 어떤 국가를 만들고 싶은지를 생각해봤다. 결국엔 ‘균형적으로 고르게 발전한 나라’다. 이에 대한 답은 지방분권 실현에 있다.”
▶“지자체 목소리 국회에 전달토록” 저출생 문제엔 “제도·사회적 고민있어야” =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법제처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지방분권화 지원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처장이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법제처는 유독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 많아졌다. 국가의 주된 고민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소멸을 해결해야하는데, 지자체의 자치입법 역량 강화가 빠진다면 늘 도돌이표일 것으로 봤다. 윤 대통령 또한 저출생에 대해 ‘국가 존립과 직결된 국가적 비상사태’라며 심각성을 수차례 표한 상태다.
이 처장 또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뿐 아니라 중앙지방협력회의 당연직 위원이기도 하다. 국가적 위기에서 법제처의 역할을 찾는데 고민이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이 처장은 저출생에 대해 “사회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낳고 난 뒤 아이들에 대한 보호도 중요하지 않느냐”며 “양육비 지원 등 국가적 제도 정비 뿐 아니라 사교육 부담이 큰데 이를 줄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다른 부처와 달리 전면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이 때문에 숨은 애로를 해결해줘야할 때가 많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재정적 한계에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처장은 “법제처가 정책 부서가 아니어서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할 수는 없다”며 “각 소관 부처 법령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다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알게 되면 소관 부처의 의견을 듣고 부처 간 합의를 통해 법령을 한꺼번에 개정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전해다. 그러면서 “지방분권과 관련된 제도나 규정 등을 개선하거나 지원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무엇보다 지방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령정비가 이뤄져야한다고 봤다. 법제처는 전북특별자치도, 경기도(강원도) 등에 법제자문관을 파견, 지자체의 입법활동을 돕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자체적으로 뚫기 어려운 재정문제는 법제처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처장은 “각 지자체의 재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여러 지원, 복지사업이 있더라도 상위법령과의 충돌로 자율성이 제약될 수 밖에 없는 규정들이 있다”며 “법률에서 조례로 위임할 수 있도록 개정법률안도 제출했으며, 앞으로도 국회에서 진행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면 계속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자체들의 목소리를 단일화된 창구로 전달할 방법도 찾고 있다. 이 처장은 “지자체가 국회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연구를 법제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재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의의 장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나 지방시대위원회와 소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자체 관련 법제도 연구도 병행중인 만큼 가시적 성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적극행정 통한 현장성 강조…소상공인 등 민생보호 최우선 = 이 처장 취임 후 법제처의 변화는 또 있다. 법제처의 자료를 보면 ‘읽기 쉬운’, ‘알기 쉬운’, ‘현장 중심,’ 이런 단어가 부쩍 두드러진다. 검사 출신인 그는 서울남부지검·대전지검·청주지검·서울북부지검·인천지검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을 거쳐 이곳까지 왔다. 그래서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법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특히 법제처가 다루는 일 상당수는 민생과 관련한 게 많다. 이를 국민들이 알지 못하거나, 어려워 애로를 겪는 경우도 많이 봤다. 직원들에게 ‘적극행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이 처장은 “법제처가 올해 해온 입법추진도 보면 경제적인 부분에 우선순위나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입법 등을 예로 들었다. 이밖에도 피해교원 지원 강화를 담은 교원지위법이나 행사의 안전관리 주체를 명확히 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도 국민들의 일상과 맞닿아있다.
특히 청소년에게 속아 술·담배를 팔다 문제가 된 소상공인 보호에 나선건 대표적인 ‘민생해결 정책’으로 꼽힌다. 법제처는 소관 부처와 협업해 청소년 보호법 등 6건의 법률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2023년 12월 26일 국회발의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민생토론회에서 다시 부각, 하위법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부분은 신속히 정비했다.
이 처장은 “여성가족부, 식약처 등이 다함께 엮여있던 문제인데 현장의 목소리를 면밀히 봤으면 진작에 해결됐었을 부분”이라며 “기계적으로 적용하던 행정처분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해 억울한 소상공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한시적 규제유예 추진방안을 위해 법령을 정비한 것도 법제처의 성과로 꼽았다. 법제처는 신속한 입법 추진을 통해 투자 촉진, 중소상공인·서민의 부담 경감 등 법령 개정의 효과가 국민에게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한 33개 대통령령에 대해 법제처 주도의 일괄개정 방식으로 입법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여행업 자본금 등록기준이 2년 간 15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완화됐고, 공인노무사 연수교육 기간도 6개월로 줄어 이들의 취업기간이 대폭 줄게 됐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희귀질환자를 가족이 직접 돌보는 경우에도 장애인 활동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한시적으로 기준을 완화해 돌봄 부담도 덜수 있게 됐다.
이 처장은 그러면서 “적극행정을 하다가 실수가 있다면, 과감하게 면책해주는 걸 널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공무원이 재량을 발휘해 적극행정에 나설 경우 내부 감사나 징계를 받지않도록 하는 보호장치가 수반 돼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특히 법률가로서 법을 다룰때 느낀 태도와 실제 행정 부처에서 겪는 현실적 차이도 전했다. 이 처장은 “법령 문구의 기본적인 의미를 벗어나기 어려운데, 해석으로 해결이 어려우면 법령을 바꿀 생각도 했다”며 “법제처도 각 부처, 국무조정실과도 소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혁신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국민 체감형 정책’을 위해 부처간 벽을 허물고 협업을 강조한 것과도 맞닿아있는 대목이다.
이 처장은 “현재 법령이 불합리하거나, 기존 해석으로 해결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불편한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접근할 것”이라며 “작은 영역에서라도 법제처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겠다”고 말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걸어온 길〉
▷1961년 2월 4일생 ▷1979년 송도고등학교 졸업 ▷1986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8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석사 ▷2005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 합격 ▷1994년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 ▷2011년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 ▷2012년 법무연수원 교수 ▷2013년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2014년 청주지검 차장검사 ▷2015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2016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2017년 법무법인(유) 동인 구성원변호사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 ▷2022년 5월 법제처장 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