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I에 통 큰 베팅…“연간 90억달러 투자 목표”

소프트뱅크.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AI) 분야에 연간 90억달러(약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그동안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AI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6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거의 3년 동안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한 후 “반격할 시기가 됐다”고 언급한 뒤 1년 동안 AI에 대한 투자 금액을 89억달러(약 12조1500억원)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AI 투자 규모를 유지하거나 초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투자 활동의 속도 측면에서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앞으로 AI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대차대조표를 매우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해온 것은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나아가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유연하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지분을 90% 가량 보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2일 소프트뱅크가 Arm을 활용해 AI 전용 반도체 개발을 구상 중이며 AI 사업에 최대 10조엔(약 88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고토 CFO는 소프트뱅크가 약 8.5%의 부채비율과 27조8000엔(약 242조원)의 순자산가치를 갖고 있다며 대규모 거래를 할 수 있는 대차대조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달 영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웨이브에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는 유럽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AI 투자 기록이다.

고토 CFO는 또한 발전, 데이터센터 등 AI 부문이 성장하고 Arm에 이익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필요한 투자 분야가 무르익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rm과 소프트뱅크가 AI 칩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닛케이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또 다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그래프코어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회사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손 회장은 다음달 소프트뱅크 연례 주주총회에서 1년여 만에 다시 연설할 예정이다. 고토 CFO는 손 회장이 주총에서 AI 계획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있다고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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