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 K-PROJECT 복합개발사업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는 싱가포르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찾는 대표 랜드마크다. 문화시설이 부족하고 열악한 접근성으로 한 때 ‘고스트 타운’이라 취급받던 마리나 베이는 최소한의 규제로 창의적인 개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 싱가포르 정부 정책 덕분에 오늘날의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탈바꿈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은 SDI(Strategic Development Incentive)라는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낙후된 지역의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개발 계획이 기존 제도나 규제를 일부 벗어나더라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자인에는 용적률이나 토지 이용 계획, 높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천편일률적인 도시 풍경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디자인을 발굴해 글로벌 도시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SDI를 적용한 마리나베이샌즈의 네번째 타워가 현재 개발 중으로,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호주 시드니 역시 도시 경관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는 SSD(State Significant Development)로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SSD 지정 사업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제 디자인 공모전을 거쳐야 하고 당선 시 높이,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대신 프로젝트 디자인팀이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해 완공 전까지 공모전 당선 디자인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통상 건축가의 초기 컨셉이 착공 이후 시공사 등에 의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국내 개발사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처럼 해외 주요 도시의 건축 허가 정책이 디자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도시 경관을 개선하는 동시에 랜드마크를 조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우수 건축물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특히 이는 현재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얼어붙은 개발 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해외 주요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트렌드로, 정부의 추가 비용 없이 도시 경관과 건축 디자인 품질을 개선하고 민간 개발사업에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접근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경직된 현행 도시계획의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고, 혁신적인 랜드마크 건축 디자인을 적용하는 개발 사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도시건축디자인혁신 사업을 통해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된 개발 프로젝트에 용적률, 높이 등에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차 사업으로 9건의 개발사업을 선정했고, 최근 서울특별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 소위원회를 열고 9건 중 하나인 ‘성수동 K-PROJECT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및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 심의를 진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크래프톤 컨소시엄이 성수동 구 이마트 부지에 크래프톤 사옥을 짓는 ‘K-PROJECT’는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을 설계한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서울시는 올해 2차 사업으로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을 재건축하는 토마스헤더윅의 작품을 포함한 6건의 개발사업을 선정했다. 서울시는 ▷도시건축 공간의 새로운 방향과 근본적 개선방안을 제안 ▷시민의 예술적 감수성을 고양할 수 있는 심미성 높은 디자인 ▷자연 역사와의 조화, 대지 장소의 이야기를 적극적 또는 창의적으로 해석 등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민간분야 디자인 혁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민간부문에서 시행하는 디자인혁신 사업이 건축가의 위상 제고, 시민들의 우수한 건축을 대하는 인식 변화, 서울의 얼굴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향후 사업추진 시 디자인 혁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