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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공장 자리를 넘보는 인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제조업 근로자뿐 아니라 사무직 인재까지 고용하며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기업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도의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며 사무직 근로자를 인도에서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연봉이 낮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도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대기업들이 인도에 글로벌역량센터(GCC·Global Capability Centers)를 구축하고 데이터 분석부터 R&D 업무까지 맡긴다는 것이다.
인도 소프트웨어기업 연합체인 나스콤(NASSCOM)에 따르면 인도에서 운영 중인 GCC 개수는 2010년 700개에서 지난해 158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인도 내 GCC 중 40%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산업 도시 벵갈루루 근처에 있다. 지난해 인도 내 GCC가 창출한 매출 규모는 460억달러(약 62조9000억원)로 추정된다.
GCC에서는 별도로 기계 설비를 들이거나 대규모 공장을 구축할 필요가 없도록 주로 인터넷망을 활용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들의 원격근무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인도에 GCC 구축이 비교적 수월하게 추진되는 배경이다.
스포츠 의류업체 캐나다 룰루레몬은 인도에 GCC를 두고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다. GCC는 두바이 지사에는 노란색·분홍색·녹색 옷을, 뉴욕 지사에는 검은색·회색 옷의 재고를 더 많이 비축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의류 디자인은 캐나다에서 하지만 각국의 가격 책정부터 공급망 관리까지 GCC가 결정한다.
또 인텔, 엔비디아 등 85개 이상의 해외 반도체 기업이 현재 뱅갈루루에서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파벳, 아마존 및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기술 대기업과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소매 대기업인 월마트도 뱅갈루루에 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도 방갈루루에 있는 R&D 센터에 약 6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독일 이외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인도 컨설팅 회사 위즈마틱은 인도에서의 GCC 수익이 인도 GDP의 약 3.5%에 해당하는 1200억달러(약 163조35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위즈마틱은 또 GCC에 약 320만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며 인도의 아웃소싱(오프쇼어링)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일반적으로 1년에 1만달러 미만의 수입을 받지만, GCC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이의 세 배 정도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의 서비스 수출이 2005년 530억달러에서 지난해 3380억달러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5년 약 2%에 불과했던 인도의 전세계 서비스 수출 규모가 지난해 4.6%까지 오른 것을 의미한다.
미국경제분석국(ABS)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인도 내 R&D 투자를 2010년에는 17억달러에서 2021년에는 55억달러로 급증했다.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저렴한 R&D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해온 중국이 매력을 잃으면서 인도가 새로운 R&D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