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군장한 채 뛰고 팔굽혀펴기까지…숨진 훈련병, 근육 괴사 증상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육군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군의 한 소식통은 사망 훈련병의 부검 결과와 관련해 횡문근융해증과 관련된 유사한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안다면서 "추가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아직 사인을 명확히 하기 어려워 추가로 혈액 조직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과한 운동으로 팔다리 부위의 골격근인 횡문근이 융해되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근육이 녹는 것이다. 근육이 괴사하면서 생긴 독성 물질이 혈액으로 방출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 2012년 육군에서 야간행군 후 숨진 훈련병의 사인에도 횡문근융해증이 있었다. 당시 의료진은 극심한 운동으로 파괴된 근육조직이 혈관과 요도를 막아 신부전증으로 발전해 사망했다는 소견을 낸 바 있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시킬 수 있지만, 구보까지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병들이 연병장에서 완전군장 구보를 하는 현장에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대위)이 다른 감독 간부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사망한 훈련병은 쓰러지기 전 완전군장 팔굽혀펴기도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로만 지시할 수 있다.

숨진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무리한 군기훈련으로 장병이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도 인제 12사단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졌다. 이후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25일 오후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 13일 입소한 해당 훈련병은 완전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3바퀴 도는 등 1시간가량 군기훈련을 받던 중 여러 차례 체력저하를 호소하다 2바퀴를 돌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민간 경찰에 해당 사건을 수사 이첩할 예정이다. 민간 경찰과 함께 조사하면서 식별한 문제점 등을 기록한 인지통보서와 CCTV 녹화영상이 경찰에 제출된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강원경찰청으로 이첩한다"며 "육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한 가운데 민간 경찰과 함께 협조해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과정에서 군기훈련 간에 규정와 절차에서 문제점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서 과장은 "이에 따라 식별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경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이첩하게 됐다"며 "육군은 사건을 이첩한 이후에도 한 점의 의혹 없이 투명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진상이) 규명되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이날 사망한 훈련병을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해당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군기훈련 도중 사망한 훈련병이고, 열사병 환자로 추정된다"면서도 "이는 추정 상황이라 바뀔 수 있고, 질병청은 온열질환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응급실 의료진을 통해 온 결과를 바탕으로 온열질환자 통계를 보고하는 것일 뿐이지 정확한 사인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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