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 부쉐론, 쇼파드, 프레드, 불가리…. 높은 콧대가 올해 더 높아졌습니다.”
올해 1월부터 명품 주얼리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명품 가격 인상은 연중무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몸값은 매달 치솟고 있다. 업계는 환율 변동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든다. 일각에서는 명품이라는 입지를 내세워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반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주얼리 다미아니는 오는 7월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한다. 다미아니는 작년과 2022년에도 가격을 올렸다. 이달 31일에는 세계 5대 보석 브랜드로 손꼽히는 ‘반클리프 아펠’ 가격을 평균 5~6% 올린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의 주얼리 전시 모습. (아래 기사와 무관함). [연합] |
최근 5년 간의 다이아몬드 가격지수. 올해 5월 기준 현재 하락·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 |
업계가 내세우는 논리는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이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세공비(공임)를 비롯해 금·은 등 기타 부자재가 올랐다고 설명한다. 실제 주얼리 원석은 얼마나 올랐을까.
다이아몬드 가격은 현재 안정세다.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에 따르면 29일 기준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106.05로 1년 전(123.51)보다 약 15% 내렸다. 지난 2022년 3월, 사상 최고치인 158.69(2021년=100)를 기록한 뒤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금·은의 상승세를 맞다. 27일 기준 트로이 온스(T.oz)당 금 가격은 2345.38달러로, 1년 전(1947.89달러) 대비 20%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2020년 3월 트로이 온스당 12.015달러까지 급락했던 은 가격은 이후 가격을 회복해 27일 기준 30.9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23.44달러) 대비 30% 넘게 오른 값이다.
다미아니 관련 사진. [다미아지 홈페이지] |
국제거래 금 시세. 27일 기준 트로이 온스(T.oz)당 금 가격은 2345.38달러로 1년 전(1947.89달러)보다 20% 올랐다. [한국금거래소 제공] |
하지만 현재 원부자재 가격을 주얼리 가격 상승과 연결짓기엔 무리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이 국제선물시장에서 원물을 6개월~1년 전에 사두는 것처럼 주얼리 업체들도 10~20년 전에 원석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한 주얼리 전문 바이어는 “과거보다 다이아몬드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고 골드 주얼리, 사파이어 등 다른 보석의 비중도 높아졌다”면서 “링을 구성하는 금이나 은 등 부자재 가격부터 환율, 인건비 인상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적 만회를 위한 가격 전가, 또는 브랜딩을 위한 가격이라고 바라본다. 정기적으로 가격 인상 시점을 만들어 소비자 구매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매장에 갈 때마다 셀러들이 ‘몇 달 뒤에 (가격이) 오르니 살 거면 지금 사야 한다’는 호객 행위를 많이 한다”면서 “특히 인기제품 위주로 오르는 경우가 많아 양심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백화점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한 백화점 주얼리 바이어는 “가격 인상 자체가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실제 매출을 보면 가격이 오른다는 소문이 있거나 가격 인상 직전에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