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부진해도 믿어요 난’…외국인 나홀로 ‘바이 인 메이(Buy in May)’, 이유는?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한국 증시가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큰손’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Buy) 코리아(Buy)’ 행진은 5월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에 비해 순매수액은 줄었지만 개인·기관 투자자의 순매도 매물을 받아내며 코스피 지수 방어의 선봉에 선 셈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 종가 기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1조922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기관이 각각 5961억원, 8574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달엔 ‘기타법인’의 코스피 시장 순매도액이 4619억원에 이르며 눈길을 끌었다. 기타법인은 증권·보험·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창업투자회사(VC)나 일반법인 등을 지칭한다. 지난 8일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등 IPO 시장이 이달 들어 활성화되면서 차익실현의 기회가 대폭 늘어난 창투사들이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판 결과로 읽힌다.

이런 흐름 속에 올해 외국인의 연간 코스피 순매수액 규모도 21조2615억원까지 늘어났다. 매년 1~5월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액 집계액 중 최대치다. 올 들어 외국인은 5개월 연속 코스피에 대한 순매수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액은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 2월(8조264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76.05%나 감소한 수치다.

다만, 전 세계 주요 증시들이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서 국내 증시만 ‘제자리걸음’에 그치며 소외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서 외국인이 코스피에 대해 ‘조(兆)단위’ 순매수세를 이어간 것에 의미를 둬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28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9%(99.08포인트) 상승한 1만7019.88에 거래를 끝내며 사상 처음으로 1만7000선을 돌파했다. 최근 1개월 간 6.65% 상승한 대만 가권지수는 전날 2만1858.41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5월 들어 1.14% 오르며 ‘제자리걸음’에 그친 코스피 지수와 비교하면 분위기 차이가 확연한 상황인 셈이다.

국내 시가총액 1·2위 종목이자 반도체 ‘투톱’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엇갈린 투심이 외국인 순매수세 증가폭을 줄이는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달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조7046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선 1조2047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두 종목은 각각 5월 외국인 순매수·순매도액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것은 이달이 처음이다.

외국인의 쇼핑 목록에 변화를 일으킨 결정적 요인은 두 회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경쟁력이 꼽힌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가 치솟자 핵심 밸류체인 기업인 SK하이닉스로 외국인의 투심이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 소식이 지연되면서 외국인들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신에서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 등의 문제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주가가 3% 넘게 하락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HBM 예상 수요량 대비 SK하이닉스 생산량이 6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HBM3과 HBM3E 시장 진입이 늦어진 경쟁사의 생산량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올해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상당히 벌어질 것이며 하반기 공급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주의 대표격인 현대차(2위·3951억원)와 기아(5위· 2467억원) 주식도 큰 폭으로 사모았다. 정부 주도의 주가 부양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호재 속에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대한 우려 해소와 기대 실적에 대한 눈높이 상향이 투심으로 연결된 셈이다.

주식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하반기들어 밸류업 프로그램의 윤곽이 구체화하고, 반도체 수출 호황 등으로 국내 경기 반등이 예상되는 점은 국내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2배 웃돌자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기존 2.10%에서 2.50%로 올려 잡기도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양호해지는 매크로 환경, 반도체 중심의 수출 및 이익 모멘텀, 외국인 순매수 기조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 소외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한국 증시에 대해 하방 포지션을 늘리는 전략은 지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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