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사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33) 대신 허위로 자수했던 매니저의 휴대전화에서 사고 직후 김씨와 나눈 통화 녹취를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김씨 매니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사고 직후 A씨와 통화한 녹취 파일을 다수 확보했다. 이는 A씨 휴대전화에 자동 녹음기능이 활성화돼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화 녹취에는 사고 직후 김씨가 A씨에게 술을 마시고 사고를 냈다며 대신 자수를 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녹취를 근거로 김씨에 대한 혐의를 기존보다 형량이 무거운 범인도피교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호중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가 아니다"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우 본부장은 "객관적 증거가 있고 참고인 조사를 충분히 했다"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 통화 녹취 확보가 자신감의 이유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호중은 사고 직후 소속사의 막내 매니저에게 전화해 본인 대신 허위로 자수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난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담당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모두 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을 위해 힘없는 사회 초년생 막내 매니저는 처벌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김호중은 현재 자신의 음주 정황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 중 하나로 경찰이 압수한 아이폰 3대의 비밀번호 가운데 일부만 제공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씨는 구속되기 전 경찰의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사생활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후 수사 비협조 논란이 일자 다시 변호인을 통해 비밀번호를 제공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됐다.
경찰은 다음 달 3일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해 김씨를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