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제도 강화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잡히지 않고 있다. 12~14급인 경상환자를 단속하자, 이번엔 11급에 해당하는 뇌진탕에서 과잉진료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진탕은 모호한 지급기준으로 장기치료를 하기 수월하다. 이에 구체적인 진단기준을 상해구분표에 반영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경상환자 치료비는 1조1914억원으로 전년 1조1709억원보다 약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경상환자를 단속하는 ‘자동차보험 종합개선 방안’을 시행했는데도 치료비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경상환자는 타박상·염좌 등에 해당하는 환자로 12~14급에 해당하며 약 3~4주 치료가 소요되는 경미한 수준이다.
기존에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진단서 등 입증자료 제출 없이도 기간의 제한 없이 치료하고 보험금 청구가 가능했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4주 초과시 진단서상 진료기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변경했다. 장기간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보험사에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제도개선 효과가 미미한 건 12~14급에 해당되지 않는 뇌진탕(11급)을 활용해 보험금 청구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뇌진탕은 환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근거로 진단돼 과잉진료의 대표적인 항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사고 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 뇌진탕 환자가 대부분인 11급 환자 수는 40.7% 늘어났을 정도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경상환자가 통상적으로 치료를 지속하더라도 추가적인 회복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치료의 종결시점 형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치료의 종결시점 경과 후 발생한 진료비는 객관적인 의료전문기관의 심의를 통해 추가 치료 필요성을 인정 받은 경우에 한해 인정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개선 회피를 목적으로 뇌진탕으로 과잉진료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뇌진탕의 구체적인 진단기준을 상해구분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대로라면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방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1~4월 기간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보험사 평균 손익분기점(80%)에 근접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 관리에 소요되는 사업비까지 고려했을 때 손해율 80% 정도가 보험사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태풍·홍수 등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여름철과 폭설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겨울철에 올라간다”라며 “하지만 올해 기온이 작년보다 높아지면서 나들이에 나가는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증가해 벌써부터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어 내년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