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끝났다?”…국가 보안법 첫 적용 6명 체포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홍콩 정부가 제정한 새 국가 보안법에 따라 처음으로 홍콩 주민 6명이 체포됐다.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홍콩의 위상도 추락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3월 통과시킨 새 보안법을 처음 적용해 28일(현지시간) 톈안먼 사태 35주기 기념 시위를 준비하던 활동가 6명을 체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한 여성이 다른 5명의 도움을 받아 소셜미디어(SNS)에 선동적인 의도로 게시물을 올렸다면서 이들의 체포 사실을 알렸다.

로이터통신도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에 따라 선동 혐의로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탕 홍콩 보안국장이 28일(현지시간) 국가보안법 첫 적용사례로 6명의 체포를 발표하고 있다. [AFP]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이들이 홍콩과 중국 정부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다음달 4일 톈안먼 사태 35주년에 시위에 참여하라는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탕 국장은 체포된 사람 가운데 한 명은 2021년 9월부터 이미 여성 교도소에 구금 중인 저명한 변호사이자 민주화 활동가 차우항퉁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5명은 나이가 37~65세라고만 공개하고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의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징역 7년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체포는 지난 3월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첫 사례다. 앞서 홍콩 입법회(의회)는 국가 분열과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39가지 안보 범죄와 이에 대한 처벌을 담은 국가보안법(기본법 23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보안법은 특히 외부 세력과 결탁하면 최고 14년, 외세와 함께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퍼트리는 등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1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세력과 서방에서는 법 조항의 문구가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비판해 왔다.

홍콩 국가보안법 적용은 홍콩 주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국가보안법의 시행으로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중앙정부를 화나게 할 경우 치러야 하는 정치적 리스크가 바로 그것이다.

변호사, 은행가 및 전문직들은 자신의 업무가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 인한 것이라는 혐의로 수사를 받을 혐의에 처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 이러한 위험성에 윈스턴&스트론과 애들쇼 고다드 등 저명한 글로벌 로펌이 최근 홍콩 사무실을 폐쇄했다.

로펌 메이어 브라운의 경우 톈안먼 사태 기념 동상을 캠퍼스에서 철거하려 한 홍콩대학교에 대한 자문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이후 중국 고객을 대부분 잃었다. 렁춘잉 당시 홍콩 행정장관이 “외국의 간섭은 전쟁과 무기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며 메이어 브라운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당신이 홍콩에서 사업을 하다가 반항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바로 조사에 직면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홍콩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낸 이후 가장 주요한 경제 회의 중 하나인 중국발전포럼 연설에서 배제 됐다.

왕샹웨이 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편집장은 “만약 홍콩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중국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일 수 있도록 제약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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