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재탈환 노리는 영국…기술회사 유치에 사활

지난 3월 영국 런던의 카나리아 워프 금융 지구 드론 전경.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SHEIN)이 미중 갈등으로 미국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지자 런던 증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허브 입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온 영국으로서는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이 런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런던 금융의 주요 부문이었던 은행업에 의존하기보단 기술 기업 등을 유치함으로서 금융 시장을 개편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쉬인이 미 증시에 상장하려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쉬인이 런던 증시로 고개를 돌리고 있으며 몇 주 내에 기업공개 신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27일 전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쉬인은 10달러짜리 청바지 등 저가 전략을 내세운 이른바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린다.

쉬인은 2021년 본사를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기고 지난해 5월 투자금 모집 당시 기업 가치를 660억달러(약 89조원)로 평가받았다. 이후 같은해 11월에는 비공개로 미국 증시 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쉬인이 미중 사이에 양측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어 미국 증시 상장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 의원들은 쉬인에 신장산 면화를 공급받는지 소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쉬인이 상장 전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배제했음을 명확히 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쉬인이 신장산 면화 문제에 대해 서방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대응할 경우 중국 내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쉬인이 런던 증시에 상장할 경우 런던 시장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LSE는 앞서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이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2월 셰인이 런던에서 기업 상장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도널드 탕 쉬인 CEO와 회담을 가졌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기술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런던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일련의 개혁들을 발표했다.

지난해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런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30년 만에 기업 상장 규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런던이 뉴욕 및 유럽연합 금융 허브와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기업 상장을 위한 단일 진입점을 만드려는 목표다.

이에 대해 NYT는 “특정 기업이 공개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주식 수를 25%에서 10%로 줄였고, 시장의 프리미엄 부문에 특정한 차등 상장을 허용했다”며 “이 같은 변화는 기업공개 이후에도 이들 회사에 대한 더 큰 통제권을 유지하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기술 기업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기업들이 뉴욕 혹은 런던에 상장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가운데 헌트 장관과 빔 아포라미 영국 경제장관은 이달 초 기술기업들을 만나 영국을 자금 조달의 장으로 홍보했다. 이 외로도 영국은 기업들이 주주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대형 인수나 다른 거래를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적으로 상장을 제공하는 사모펀드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내년부터 런던 거래소를 강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캐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저가 컴퓨터 제조사인 라즈베리파이가 곧 상장할 예정이다. 라즈베리파이의 기업가치는 5억9700만달러(약8100억원)로 평가된다.

NYT는 “주식 상장은 눈에 띄는 사업으로, 쉬인과 같은 대기업의 기업공개는 영국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고 다른 기업들이 따라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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