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에도 불구하고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규모 지상전은 아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을 유지했다. 라파 작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라파 지역을 공격한 것에 대해 “이스라엘이 해당 사안에 대해 비극적 실수라 말했다”며 가자지구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간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현재 정책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대규모 부대와 함께 영토의 큰 부분들에 걸쳐 라파로 치고 들어가는 것을 보기를 여전히 원치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탱크 한 대, 장갑차 한 대 정도로는 새로운 지상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이 라파 중심부의 인구 밀집지역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 [AP] |
라파 지역은 가자지구 피난민이 몰려 있는 곳으로,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해당 지역의 대규모 지상전을 ‘레드라인’으로 정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8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라파를 대규모로 침공해 그곳의 난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경우 이스라엘로부터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시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을 완화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가자지구 라파 난민 캠프의 주민 45명 사망에 대해 “비극적이라는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무기 지원과 같은 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주말 동안 라파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인명 피해에 깊이 슬퍼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스라엘은 작전을 수행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와 미국 내 아랍계 단체는 반발했다. 니하드 아와드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 전무이사는 로이터에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전쟁범죄를 가능하게 폭탄을 보냈다”며 “이것은 이제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 지도자들도 줄줄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같은 작전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고,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캐나다는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을 강행하면 제재 카드를 꺼내 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이 민간인 대피 구역으로 지정한 곳에서 이스라엘 탱크 포격으로 최소 20여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민방위 관계자는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