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제품을 아직도 판다고? 국내 이커머스 직구도 ‘안전 구멍’

이커머스 해외직구를 통해 판매된 제품들. 해당 제품들은 해외에서 안전성 문제를 지적받았다. 정석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안전성을 이유로 국내외에서 리콜(결함보상)이 결정된 제품이 국내 이커머스에서 해외직구로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 등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유해 제품 차단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국내 이커머스로 유입되는 제품의 안정성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형 이커머스 기업 A사는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이 발표한 국외 리콜 제품인 중국산 전기 히터를 판매했다. 국표원은 지난 3월 5일 “(해당 제품이) 제품 외부의 제작 품질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사용 조건에서 전면 그릴에 전기가 흐를 수 될 수 있으므로 감전의 심각한 위험이 있다”며 리콜 조치했다. 국표원의 조치는 해당 제품을 리콜한 영국의 제품안전 및 표준 사무국(OPSS)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한국에서도 리콜 대상이므로 국내 수입업체를 통해 정식으로 수입될 수 없다”며 “해외직구 형태로 판매돼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A사는 본지가 ‘리콜 제품 판매’에 대한 취재가 시작된 직후인 27일 오후 해당 제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 조치했다. A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안전성 문제를 확인하고 현재 판매를 차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해외안전정보동향’ 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제기한 다른 제품들도 국내에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영국소비자연맹은 한 중국 이커머스에서 화재 위험이 있는 중국산 온풍기 제품 3개를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B사에서 해외직구로 판매되는 제품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이 제품 역시 27일 본지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서야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최근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제품의 유해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이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통관 중 개인 이용 물품만 추려 집계한 온라인 직구액은 6조7567억원이다.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연간 직구액이 6조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의 국내 유통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해외 리콜 제품 473개가 국내에 유통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3일 공정위는 지난 13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 안전자율협약을 맺었다. 당시 중국 이커머스 관계자들은 “소비자 안전에 더 노력하겠다“면서 “제품 안전을 강화하고, 한국 규제당국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해외 직구 물품의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의무화 정책을 내놨다가 소비자 선택권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철회했다. 이후 정부는 각 소관 부처가 해외직구 제품을 직접 선별 구매해 안전성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조사·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이커머스와 공정위 간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와 협약을 맺은 중국 이커머스 C사의 경우, 본지가 판매되고 있는 특정 장난감의 안정성 여부를 묻자 “TIE(유럽완구협회) 발표 당시 해당 제품(삼킴사고 위험이 있는 제품)을 차단했고, 최근 한국에 판매한 제품은 유사 제품으로 확인했다”며 “소비자 안전을 위해 판매를 중지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전했다. C사는 본지 취재 후, ‘유사 제품’이라고 밝힌 장난감의 판매를 차단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직구가 늘어나면서 통관 과정에서 수입 제품을 하나하나 검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등 해외직구 비중이 높은 국가의 정부와 안전 규제 관련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한정된 내부 인력상 모니터링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담팀을 통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해외직구 거래가 급증하면서 실시간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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