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 의사들 “정상 운영 못해…응급실 포기할지도”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29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100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응급실 주간 근무 인력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정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현장 호소가 나왔다.

29일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이날 오전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 참석해 이같이 토로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했던 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든 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 부재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당직과 진료에 모두 투입되면서 주간 근무 인력은 5.4명에서 1.8명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주간 근무 인원이 2명 이내로 떨어지면서 환자가 와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응급실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여파로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줄었지만, 환자 중증도는 그대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 달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11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그러나 중증 환자는 9000명으로 전년의 98% 수준을 유지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말하는 의료개혁의 거대 담론, 큰 방향은 맞지만 지금 당장의 현실에선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상화) 기약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끝까지 응급실을 지키겠다는 마음이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면 자칫 응급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여부에 여론 관심이 모이며, 의료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호소도이뤄졌다. 김 이사장은 “수가 개선, 의료전달체계 유지,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등을 다루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찬성하지만 의대 증원에 묶여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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