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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고금리와 재고 물량 감소로 주택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부모의 도움을 받아 대출을 받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 모기지 업체 프레디맥의 집계 결과 지난 2022년 기준 35세 이하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3.7%는 55세 이상의 시니어 공동 대출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지난 1994년 집계 당시의 1.6%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비율이 증가한 것은 모기지 금리와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부모 세대의 도움 없이 모기지 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례로 2년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기 이전 사상 최저인 2.6%였던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불과 2년 사이 7% 이상으로 치솟으며 20년래 최고치에 도달했다.
여기에 같은 기간 부동산 가격도 중간가격이 42만 800달러로 역대 최고가 되면서 주택 구매 비용은 최소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주택 구입이 점점 더 어려워지자 부모들이 자녀의 주택 구입에 도움을 주는 비율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미국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주택 구매자의 12%는 부모를 포함한 친지로부터 다운페이먼트를 지원 받았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9%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재정적 지원을 받는 비율은 25~33세가 가장 높았고 4명 중 1명은 가족으로부터 증여를 받거나 대출을 받았다.
또 청년층 중 20%는 지난 1년 동안 임대료나 모기지 지불에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부모들은 단순히 예비금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녀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장기적인 가족 투자 개념에서 부모들이 자식의 주택 구매를 돕는 비율이 늘고 있다”라며 “지난 20년 동안 상대적으로 쉽게 집을 산 노년층과 젊은 세대 사이의 자산 격차가 커진 것이 그 이유 “라고 설명했다.
WP의 분석대로 지난 10년 동안 주택 소유자의 자산 가치(NAR 집계 기준)는 평균 10만 달러 늘었는데 이는 세입자의 자산 증가폭 대비 무려 40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편 부모세대의 경제적 지원은 주택 구매에 한정되지 않는다.
퓨리서치의 올 초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초반 성인 중 약 44%는 지난 1년 사이 부모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물가 폭등에 지갑이 얇아 지면서 식료품이나 유틸리티 비용 충당에 부모의 도움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