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세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21대 국회 4년간의 임기 동안 열렸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가 약 102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 국회에 이은 역대 2위로, 이번 국회 역시 여야가 극한 대립과 정쟁을 이어왔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이러한 필리버스터는 문재인 정부 시절 여대야소(與大野小) 국면이던 21대 국회 전반기에 집중됐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에서 열린 필리버스터 시간은 총 102시간 12분가량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11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반대 토론을 위해 나섰던 ‘온라인 필리버스터’ 15시간 27분을 뺀 수치다. 21대 국회 필리버스터 시간은 역대 국회 2위로, 1위는 약 269시간을 기록한 20대 국회다.
21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는 2020년 12월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과 관련해 열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오후 9시부터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이튿날인 10일 0시 회기 종료와 함께 3시간 만에 끝났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같은 날 오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는 국정원법 개정안 반대 토론을 위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야당 존중’ 차원에서 필리버스터 종결 요청이 아닌 찬성 토론에 나섰고, 국민의힘 의원 8명과 민주당 의원 7명이 해당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같은 달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을 이유로 종결동의서를 제출했고, 찬성 180표·반대 3표·무효 3표로 필리버스터 강제종료를 위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3·180석)를 충족하면서 약 61시간 만에 필리버스터는 끝났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필리버스터가 표결로 종결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특히 이 필리버스터에선 윤희숙 전 의원이 ‘12시간 47분’ 동안 발언을 해, 이종걸 전 의원이 보유했던 국내 최장 기록 12시간 32분을 깨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원법 개정안 의결 직후 대북전단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도 들어갔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최형두·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송영길·이재정 민주당 의원 등이 나섰던 해당 필리버스터는 약 24시간 30분 만에 표결을 통해 종결됐다.
2022년 4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연합] |
이후 필리버스터는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 정국에서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제한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2022년 4월 27일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검찰청법 개정안 반대토론 첫 주자로 나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 정치 공학의 산물”이라며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후에,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 작전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김웅 의원은 “검수완박은 힘없는 서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검수완박법은 기득권의 범죄를 은닉할 뿐 사회적 약자에겐 불리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주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의장 중재안’이라는 점을 한껏 강조하면서, “브레이크와 통제 없는 검찰 수사 권력이 검찰의 현주소로, 검찰 수사도 통제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필리버스터 또한 회기 종료에 따라 5월 1일 0시에 종료됐고, 진행 시간은 약 6시간 45분에 그쳤다. 이후 같은 달 30일 열린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반대 필리버스터 또한 회기 만료에 따라 약 7시간 만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