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막걸리, 물량 모자라 못팔 정도”

황재원 제이1(J1) 농업회사법인 대표가 2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제이1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새날 기자

평범한 사무실 뒤편으로 이어진 작은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자, 막걸리 발효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95ℓ 크기의 발효조 7대에는 각각 뽀얀 빛을 내는 술이 가득했다. 발효조에서 약 10~12일의 발효 과정을 거친 원주(源酒)는 보관에 들어간다. 병입 전에는 977ℓ 용량의 거대한 제성조 2대에 원주를 모아 12도로 도수를 맞춘다. 제성조에서 병입 라인으로 넘어가면 4병씩 나눠 병에 담긴다. 가지런하게 라벨도 붙는다. 가수 성시경의 이름을 내세운 브랜드 ‘경(境)’의 첫 제품인 ‘경탁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27일 오후 찾은 경기 용인시의 제이1(J1) 농업회사법인. 제이1은 경탁주를 생산하는 제1공장이다. 이곳에서는 탁주 외에도 증류주, 약주 등 실험 양조와 새로운 레시피 개발이 이뤄진다.

경탁주는 매일 오전 11시 네이버 온라인 스토어에 한정 수량 입고된다. 1분이면 동난다. 폭발적인 인기에 황재원 제이1 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양조장 위치를 찾아 (제품을 사려고)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며 “하지만 전량 온라인 판매로 계약한 만큼 물량이 없어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성시경과 협업하는 제이1 농업회사법인은 지난해 8월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황 대표는 “법인 설립 전인 지난해 5월 처음 (성시경을) 만나 제품 출시까지 10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걸리는 2~3개월 안에도 만들 수 있다”며 “기획 단계부터 많이 고민하고, 같이 맛을 보며 균형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자신은 있었지만,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는 “특히 맛을 찾는 과정이 어려웠다”면서 “맛이라는 것이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재료가 들어간 막걸리, 오롯이 쌀로만 만든 막걸리, 탄산이 가득한 막걸리 등 다양하게 테스트했다”며 “여기에 레시피 테스트만 최소 20회 이상,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막걸리가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웃으면서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면서 “탁주·약주·소주 등 80여 개 이상의 술을 맛보는 게 즐겁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탁주에 대해 “브리치즈와 정말 잘 어울린다”며 “달콤한 맛도 있어 회와 페어링해서 먹어도 좋다”고 조언했다.

첫 출시 주종으로 탁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막걸리는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 술”이라고 평가했다. 또 “우리 술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술이 바로 막걸리”라며 “탁주를 가라앉혀 윗부분을 마시면 청주, 또 탁주를 증류하면 소주가 되기 때문에 기본이 되는 탁주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탁주는 1세트(2병)에 2만8000원이다. 다소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맛과 향이 풍부한 고급 막걸리가 있다는 인식을 일반 소비자와 주류 업계에 심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첫 제품은 연예인과 협업해 탄생했지만 ‘경’ 브랜드가 그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황 대표는 “평소 술을 좋아하다보니 바를 자주 찾았다. 바텐더 뒤에 진열된 술 가운데 우리나라 술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재료로 백바(back-bar)에 놓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특히 개인 취향을 찾아가는 시대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술을 만들고 싶어 처음 개발한 것이 리큐르였다”고 했다.

황 대표는 ‘경’ 브랜드와 무관한 독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국산 배의 향을 넣은 리큐르를 오는 6~7월께 출시할 예정”이라며 “귤, 깻잎, 생강 등 익숙한 식재료로 리큐르를 만들고, 오크에서 숙성한 소주 등 다양한 주종들도 선보일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용인=전새날·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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