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JTBC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인종·성별·계급 분야 전문가인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더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숫자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앞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윌리엄스 교수는 29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완전히 망했다고 말한 이후 출산율이 더 떨어졌다'는 기자의 말에 "정말 충격적이다"라며 "큰 전염병이나 전쟁 없이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처음 본다"고 놀라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으나, 올해 0.68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전년 동기(0.82명)보다 0.06명 줄어 처음으로 0.7명대(0.76명)를 기록하면서다.

윌리엄스 교수는 "(출산과 양육은) 저도 어려웠고 제 딸도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는 극단적으로 긴 근무 시간이 당연한 직장 문화에서 일하지는 않았다"면서 "아직도 저출산을 유발하는 이런 이유를 가진 한국이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은) 일터에 늘 있는 이상적인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된 직장 문화와 아이를 돌볼 어른을 꼭 필요로 하는 가족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서 "두 시스템은 함께 갈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 출산율을 듣고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BS 캡처]

그는 또 "한국에서 아이를 갖는 건 아주 나쁜 경력일 뿐"이라며 "물질적 성공이 매우 중요한 사회에선 계산을 한다. 풍요가 우선인데 여성들이 왜 그런 선택(출산)을 하겠나.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젊은 여성들을 훈련하고는 엄마가 된 뒤 노동시장에서 밀어내면서 버리는 GDP(국가총생산)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비정규직이 된 당신의 경력도 끝나고, 나라 경제도 끝난다"고 일침했다.

이 같은 시점에 한국 정부가 보육에 돈을 쏟아붓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윌리엄스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직장 문화부터 생애주기에 맞게, 아이가 학교 가기 전 6년만이라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24일 열린 '대한민국 초저출생 현상 심층분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초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출산을 여성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가정에서 양육과 돌봄이 여성에게 주로 책임이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긴 근무 시간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직장에 헌신하는 것을 이상적인 근로자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저출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