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하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3년간 야당의 힘이 더 세고, 거칠어진 22대 국회를 맞이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도 맹공을 예고한만큼 ‘거부권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서는 대야 관계에서 보다 더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야당 강행 법안에 대해서 ‘수용불가’ 입장을 유지하되, 민심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정쟁 난무로 민생이 뒷전에 밀렸던 정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서는 22대 국회가 시작됐더라도 대원칙은 벗어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세월호피해지원법처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만다고 생각되면 이런 부분은 받아들일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이전에 비해 더 무거워진만큼 나름대로 내부 고민이 있고, 이에 따른 책임도 있을 것”이라며 “서로 잘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마지날인 2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 등 쟁점 법안 5개 가운데 ‘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외한 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전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피해자 의료비 지원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므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 강행으로 이뤄진 5개 법안에 대해 모두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고, 이를 재가할 것이라는 예측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 청취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만든 것 또한 그 일환이다. 민정수석실 진용이 완전히 다 갖춰지진 않았지만, 사정 기능을 제외한만큼 규모도 과거 정부에 비해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민심을 듣는데 조직 구성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1대 국회에 비해 여소야대 구도가 더욱 확고해진만큼 이를 상대해야하는 대통령실의 고민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국회에 새롭게 편입된 조국혁신당은 ‘강대강’ 대치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정부가 올해 들어 추진해온 주요 민생·경제법안이 폐지수순을 밟은만큼 22대에서는 진전된 결과를 도출해야한다는 간절함도 나온다.
특히 국민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내용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경제 관련 법안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실거주용 1주택자 폐지’ 등 종합부동산세 폐지 논의가 불붙은 것이 그나마 공감대가 형성되는 정도다. 이밖에 ‘상속세 완화’ 등도 이번 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해 해결해야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ISA 세제지원이나 금투세 등은 22대 국회 개원에 따라 법 개정안을 낼”이라며 “세제혜택 관련한 부분은 민생과 직결된 부분인만큼 국회와 소통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새 국회와 함께 국정운영 3년차에 접어든만큼 ‘협치 정치’를 통해 반등을 모색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 등 정쟁으로 비화되는 문제들은 빨리 털고 정책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각종 특검법으로 논란으로 시간을 보낼수록 국회 지형에 따라 윤 대통령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큰 틀에서 정치의 복원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